노르웨이의 겨울을 너무나 길고 춥고 어둡다. 그래서 겨울이 임박한 가을이 되면 벌써부터 이듬해의 봄을 그리워한다. 롤프 뢰블란(Rolf Løvland)이 작곡한 '봄의 세레나데(Serenade to Spring)'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찬양하는 노래이다. 그런데 이봄노래가 우리나라로 건너와서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가사가 붙으면서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가 되어버렸다만 인생의 가을에 봄을 노래하는 10월 풍경을 몇컷 담아본다.
자작나무들 사잇길로 호젓하게 걸어본다. 이 길로 들어서기 전에도 갈랫길이 있었지만 어차피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밖에 없음을 알기에 내게 주어진 길을 걸을뿐이다.
이제 곧 흰 눈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희디 흰 속살만 드러낸채 벌거벗은채 기나긴 겨울을 견뎌내야 할 자작나무들이 왜 그렇게 짠한지...
가을걷이가 끝난 땅도 내년 봄까지 긴 쉼을 갖는다. 빈 들은 황량한 게 아니라 따뜻하고 편안하다.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누구나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멀리 하지 않고 가까이 두고 사는 노르웨이인들은 조상 대대로 살던 마을의 중심에 있는 교회의 뜰에 묻힌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곧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