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까고 살기

애써앤애써 안해도 삶은 이어진다.

MBTI 검사를 몇번 안해봤지만 많은 내적 외적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의 항상 ENFP의 전형으로 나오는 것 같다. 옛날에는 불꽃형 또는 돈키호테형으로 표현되기도 했던 ENFP가 요즘엔 그냥 '활동가형'이라는 라벨로 분류되다.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성격으로,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사교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영혼이라나... 사실 내게 ISTJ 성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내적으로는 오히려 나의 반대편 성향을 더 지향하고 있는데도 검사문항에 응답해보면 결국엔 ENFP일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난 사회성이 충만하여 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면서도 한번씩 잠수를 타면 SNS를 1년 이상을 끊고 살기도 한다. 계정만 유지하고 있는 페이스북에 한 번 들어가봤더니 친구들이 10명이 정리되어 있다. 안입는 옷들 정리하듯 오래동안 소통하지 않는 페친들을 정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누군가는 나를 정리했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관계들이 시간의 여과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끊임 없이 많은 대화들이 오고가는 단톡방들도 대부분 탈퇴하였고 남아있는 몇개 안되는 단톡방에서도 그냥 눈팅만 하며 유지만 하는 중이다.


선한 사마리아인 콤플렉스 같은 오지랖도 의지적으로 극복중이다. 눈팅만 하는 90%나 SNS를 전혀 안하고도 자유롭고 실속있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왜 일일히 응답하고 댓글 다는 10% 안에서 살려고만 했었을까? 내가 온 세상의 기쁜 일, 슬픈 일을 다 챙기며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애써 애써앤애써를 안하고 6개월 정도 지내보니 사회적으로 잊혀진 존재로 사는게 익숙해질만도 한데,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미안함 같은 것이 쌓여가는 것을 보면 완전히 자유롭지도 못한 것 같다. 다시 돌아가야 할 이유도 시점도 모르겠고...


생까고 살아도 삶은 이어진다. 갤러리들 중에서 나 하나 빠져도 모든 플레이어들은 자기의 플레이를 하며 산다. 내게 주어진 게임을 하기도 버거운데 다른 갤러리들과 함께 박수치며 공감하고 공유하며 사는 즐거움은 잠시 더 미뤄두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돈키호테와 배부른 소크라테스는 어쩐지 캐릭터가 무너져 매력도 덜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내가 추구해야 할 모델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착한 오지랖 떨면서 실속 없이 살아온 자신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나를 잠시 사회적으로 잊혀진 존재로 만든다 하더라도 내 삶의 기본에 충실하며 다시 돌아갈 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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