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빨

본질이냐 껍질이냐?

우리집 막내 세븐인 우아한 털빨을 자랑하는 터키쉬 앙고라 종이다.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복실복실한 털이 가득한 이 우아냥이는 하루종일 꽃단장(그루밍)하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 그러니 정작 자기가 얼마나 우와~하게 아름다운지를 모르면서도 막가내로 들이대는 집요함과 꿋꿋하게 마이웨이하는 야생성으로 고양이 알러지가 있는 아내와 딸의 마음까지 차지해버렸다. 나는 지금도 가끔 녀석이 푸른 하늘 빛 눈동자로 나를 바라볼 때면 심쿵할 때가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사랑스러움을 뿜어대며 사랑만 받으며 살아온 묘생인지라 아무런 두려움도 없고 거침도 없다. 그냥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갈 뿐인데, 집사들은 또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자발적인 충성과 정성을 다하여 냥이를 섬긴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겨울에 우와~했던 세븐이의 풍성한 털코트를 여름에 벗겨줘야 하는 일이다. 나는 쫄보라서 못하고 세븐이의 언니인 딸이 담당한다.

머리와 배, 등을 밀어버렸더니 그 우와~했던 세븐냥은 어디로 가고 털빨 벗은 어린 양 한 마리가 남았다. 마치 입영을 앞두고 머리를 밀어버린 아들처럼 우리집 막내딸이 볼품 없는 냥이로,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천사로 변신해버린 것이다. ㅋㅋㅋ

무대뽀 언니의 바리깡에 밀리면서 군데군데 듬성듬성 남아있는 털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아 바리깡으로도 밀어낼 수 없는 존재의 사랑스러움이여! 털빨이 풍성할 때나 앙상할 때나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음을 나의 세븐천사가 말없이 말해준다.

털빨은 본질이 아니다. 그렇다고 껍질도 아니다. 본질과 껍질은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의 양면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나의 소울메이트인 콩순이에게 더 마음을 주고 살아왔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이 아빠의 곁을 자주 찾는 세븐이에게도 마음이 쓰인다. 털빨을 벗어도 입어도 사랑스런 막내에게 그동안 덜 준 사랑을 뒷북으로나마 더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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