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와 화웨이의 닮은 두 얼굴]

3편> '기술공화국 선언'과 '화웨이 쇼크' 사이

by 랑베르


# 카프의 번민

‘더 안전한 사회, 더 강한 국가, 더 좋은 의료시스템이

다 가능한데 사회가 그 진보를 막는다.

사회가 포용성의 기치 아래 전통적 미덕(안전, 강군 등)을 버린다.’

는 식으로 민주주의의 한계,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를 토로하고 있다.

'밋밋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공리주의(274쪽)'라니...


읽기에 따라서 유치할 수 있고, 전체주의적 시선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이 톡특한 철학박사 CEO를 다른 틀거리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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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험이 카프의 세계관을 구성했는지 상상보는 틀이다.

-일부는 독일 유학당시 만난 하버마스의

‘공론장Public Sphere’ 개념의 영향 아래 있을 것이며,

-또 일부는 팔란티어 경영과정에서 ‘진절머리 친’

제대로 기능 못하는 관료적 정부, 그리고

미국 시민사회의 'PC 놀음에 대한 한탄’(오직 카프의 관점)에 의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안적 가치로 제시하는 것 중 하나가

싱가포르의 ‘리콴유’인게 의미심장하다.


# 아프간 : 신뢰하기 힘든 정부

팔란티어 성공신화에선 아프간을 뺄 수 없다.

수렁에 빠진 미군을 건져내는 솔루션을 제공했다.

곳곳에서 300달러짜리 조악한 폭발물(IED)을 가지고 게릴라 공격을 일삼는 적을 막지못해 막대한 사상자를 내던 미군은 팔란티어의 도움으로 불필요한 위험을 회피할 수 있었다.

팔란티어는 이미 존재했지만 유기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과거 공격 기록’과 ‘폭탄 재료’, ‘체포 반군 지문과 전화번호 등 정보’, ‘정보기관 작성 보고서’ 등을 시스템에서 조합해서 미군에 작전기회를 찾아 주었고, 무고한 희생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물론 결과적으로 수렁에서 빠져나오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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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비효율적이고 기능부전에 빠진 미국 정부가 처음에는 거부했다.

조달상의 이유로 팔란티어 같은 외부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으려 했다.

팔란티어는 용감하게 대정부 소송을 걸었다.

정부에 정면으로 싸움을 걸었고, 여기서 승소한 이후에야

정부 조달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국가와 대립하면서 가치를 겨우 증명할 수 있었다.

사업 초반, 정부에 대한 신뢰는 낮았을 것이다.


# 신뢰하기 힘든 시민사회

장애물은 끝이 없었다.

군에 제공한 똑같은 시스템을 뉴올리언즈 경찰에 제공했다.

미국에서 전국의 경찰이 처한 상황이

아프간에서 육군이 마주했던 상황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비판이 폭발했다.

전쟁용 소프트웨어를 왜 시내에 들여놓느냐? 시민을 향해 쓰느냐?


팔란티어는 경찰과 의료와 교육의 현장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지만

‘기술이 무분별한 감시, 인종차별적 프로파일링, 기본인권과 자유의 침해에 사용되어선 안된다’는 목소리 때문에 좌절한다.

그래서 정부에 이어 시민사회에 대한 신뢰도 낮았을 것이다.


포용성의 이름 아래(카프에게 이 포용성은 부정적 의미다)

전통적 미덕(약간 투박하더라도 꼭 필요한 가치)을 버린 결정이라며,

민주주의의 한계로 사회가 깊이 병들었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 초인을 목놓아 부르다

‘신성한 것을 잃어버리고 표류하는 미국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윤리적 확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체제를 염원하는

도덕주의자.


이거, 동양에선 너무 자연스럽다.

이런 도덕주의자의 지향, 바로 군자 君子다.

실제로 카프는 군자를 말한다. 그러면서 소환하는 사람이 리콴유다.


싱가포르의 국부,

민주주의가 아닌 권위주의적 사회체제를 완성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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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는 공자가 2000여 년 전에 강조했던 군자가 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부모에게 충성하고, 배우자에게 성실하며, 자식을 잘 양육하고, 황제에 충성하는 시민>

과 같은 표현이 일부 편협하고 배타적이고 저항해야 할 것일 수는 있으나,

일부 변용하면 되지 그 모든 고귀하고 모범적인 삶의 개념을

모두 부정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안타까움을 내비치며 이렇게 반문한다.


버려진 기존의 미덕들 대신 과연 어떤 미덕을,
어떤 고귀하거나 모범적인 삶의 개념을
기꺼이 내세우고 지킬 의지가 있는가.(273쪽)


카프는 바로 이 지점에서 화웨이의 나라,

중국에 오래도록 뿌리내린 세계관과 만난다.


# 대동大同 : 이기심이 아닌 공공선


레이 달리오를 또 끄집어내면

(빅사이클에서 딱 이 부분을 설명할 구절을 떠올렸다)

중국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지닌

서구 민주주의나 자본주의와 다른 원칙은

대동大同이란 표현 속에서 설명할 수 있다. (빅사이클 319쪽)


대전제는 공공선이다.

개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선이 중요하다.

공리주의적 민주주의 세계관과는 거리가 있다.


좋은 것들은 모든 사람에게 공유되어야 하고,

지도층은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공선을 위해 집단을 운영해야 하고,

자원은 공평하게 분배하고, 사람들은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

시민들은 그를 위해 (권위를 수용하고) 지도자를 충실히 따른다.

다만 그 지도자가 국민을 실망시키면 ‘천명天命’을 어긴 것으로 간주돼

역성혁명을 통한 축출도 정당화된다.


현대의 정치 언어로 표현하자면 분명

민주주의와 자율보다는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수용을,

자유보다는 질서를 지향한다.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불화와 혼란을 초래하는 이기심’

통제하지 못하는 제도라는 비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주의의 약점을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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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웨이 : 공공선 아닌 것이 없다

사실 이런 시각에선 화웨이를 이해하지 못할 게 없다.

화웨이는 국가에 협력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제품을 판매했고,

반도체 설계능력을 극적으로 향상시켰고,

감시 국가의 지원아래 세계시장을 장악했다.


신장 지역에서 혹시 모를 봉기 사태와

그 봉기로 이어질 수 있는 모임을 통제하는 솔루션을 제공했다.

개인의 얼굴과 목소리, 휴대전화 위치와 통신 기록 등을 조합해

누가 어디서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는

빅브라더 솔루션을 개발했다.

화웨이의 테크는 이렇게 반대를 억압하는 감시 기술이다.


그들은 팔란티어와 달리

한 번도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제약이나 비판에 부딪혀

사업상의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시선에서는

중국 권위주의체제가 인권을 유린하는데 협조했다고 볼 수 있지만,

권위주의 체제 내부에서는

팔란티어가 그토록 원했던 ‘질서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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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서 vs 민주주의

기술 공화국 선언을 읽고

떠오른 것은 바로 이 이미지 하나였다.

그거 하나 설명하려고 오래, 많이 돌아왔다.


질서있는 세계를 향한 열망.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서의 자유와 그 제도화를 위한 민주주의.

이 두 세계관을 대표한다 할만한 기업들.


팔란티어가 창의와 자율과 천재성, 엔지니어링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화웨이가 질서를 수용하고 국가의 지원 속에서 달성한 것.

그것은 분명 다른데 닮았다.


1편/ 중국의 심장에서 태어난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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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실리콘밸리의 희귀한 애국자 팔란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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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공화국선언 #화웨이쇼크 #팔란티어와화웨이 #서평 #마지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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