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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아 Feb 28. 2018

못해도 괜찮아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나는 시각디자인과 출신이지만, 디자인 실력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는 IT분야에서 기획, 설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을 못한다는 것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종종 혼자서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어서 디자인을 잘 못한다는 사실이 좀 부끄럽다.

주변에서 가끔 디자인을 부탁하기도 하고, 내 개인적인 일에도 필요하고, 때로는 내가 생각한 것들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데 결과물을 만들고 나면 언제나 만족스럽지 않다.

'내 수준은 아직 이정도 뿐인가....' 하며 좌절 하거나

그만두려는 생각이 있었다.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 안받아도 되고,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러다 얼마 전 영화 '플로렌스'를 보게 되었다.

영화 '플로렌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치인 여인의 이야기다.


플로렌스는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음악 클럽도 설립하며 음악에 관련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소프라노의 노래를 듣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무대에 나가기 위한 연습을 하게 된다. 하지만 플로렌스는 음치인지라 연습을 해도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알면서도 그녀를 위해 노래 실력이 좋다는 거짓말을 한다.

결국 그녀는 한 번의 무대를 서게 되고 이어서 음반도 제작하고 카네기홀에서 노래를 하게 된다.


그러나 카네기 홀에서 그녀는 웃음거리가 되어버리고 유명한 음악평론가가 그녀의 무대를 최악의 노래라 칭하며 신문에 올리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필사적으로 그 기사를 보지 않기 위해 막지만 결국 그녀는 그 기사를 읽고 만다. 그 충격으로 몸져눕게 된 후의 플로렌스의 마지막 대사가 참 인상 깊었다.



모두가 나더러 노래를 못한다고 해도, 누구도 내가 노래를 안 했다고 못할 거예요


저 영화를 보고 나니 내 행동에 위안을 얻었다.

관점이 '못한다. 잘한다.'가 아니라 '했다. 안했다.'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서 초라한 내 실력을 보면 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플로렌스도 음치였지만 음악을 사랑한 열정적인 여인으로 남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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