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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Sep 16. 2023

해방


    얼어붙은 바다 위를 걸어가던 그녀는 조금씩 금이 간 바닥에서 찬 바람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몸을 있는 힘껏 움츠렸다. 점점 걸음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지만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다. 머리 위로는 밤하늘에 빼곡히 박혀있는 별들이 바람에 몰려 다가오는 구름들에 가려져 있었다. 어쩐 일인지 달은 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그 순간, 어디선가 물결치는 소리가 들다. 그녀는 얼음 밑에 얼어붙은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변함없이 끓고 휘몰아치는 열정의 바다였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두 손을 바닥에 대고 기대어 바다를 느꼈다. 진동과 함께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모든 이미지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그 열정의 바다를 마주하며 슬픔과 고독, 기쁨과 사랑, 모든 감정을 체험하고 느꼈다. 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변함없이 끓고 휘몰아치는 건 열정이 아니라 사실은 광기에 가까운 게 아닐까,라는 생각. 설사 광기라 해도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들을 간신히 끊어내고 다시 일어 발걸음을 옮겼다. 발바닥은 이미 얼어붙어 사람의 온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아무런 감각도 없는 발바닥을 빠르게 놀렸다. 달과 별들도 그녀 향하는 방향을 따라 움직였다.


    결국 얼음 바다의 끝에 다다랐다.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는 끝없이 넓고 깊었다. 얼어붙은 수면 아래서 갇힌 채로 들끓던 바다와 달리 눈앞의 바다는 자유롭게, 때론 흉폭하리만치도 자유분방하게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한 걸음 더 내디뎠다. 떠오르는 모든 이미지와 감각들을 받아들이며 마음속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갔다. 온몸으로 바다의 광기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침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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