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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Aug 01. 2022

달아, 울지마렴



달이 우아한 까만 드레스를 한없이 자랑하는 때가 되면 모두가 달의 품 속에 가만히 안긴다. 별이 박힌 비단 같은 드레스를 이불 삼아 세상이 잠에 들때면 이상하게도 정신이 또렷해질 때가 있다. 칠흑같이 캄캄한 세상, 그리고 은은하게 빛나는 달의 은색 얼굴을 바라볼 때면 침묵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소리만이 고요한 적막에 균열을 낸다.

코와 입을 타고 허파를 거쳐 온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는 달의 까만 드레스 조각을 두 눈을 감고 가만히 느껴본다. 그럴때면 차분히 가라앉은 세상의 저편에 가만히 자리잡고 있는 절규와 고통, 눈물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게 느껴진다. 이곳저곳을 쿡쿡 찌르며 뼈마디가 욱신거리기 시작한다.

달아, 울지마렴.
당신이 이곳을 내려다보며 느끼는 그 슬픔의 작은 조각을 미약하게나마 내가 삼킬테니 울지 않기를 바란다. 매일 끄집어내는 까만 드레스를 조금이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내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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