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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 Jul 01. 2024

이왕 뮌헨에 온김에 ...

뮌헨에 도착하고 몇일간 마음이 바빴다. 가만히 집에 있으면 안될 것 같았다.집앞에 마실이라도 다녀와야지 마음이 편안할 것 같았다. 뮌헨이라는 땅에 내 발자취를 조금이라도 더 남기고 싶었다. 뮌헨에 도착하기 전에는 유럽인들의 여유를 느끼고 싶었던 여행이었지만 막상 뮌헨에 도착하니 욕심이 생겼다. 한달이라는 시간을 부지런하게 보내고 싶었다. 급하게 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한달 동안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이 더 바빴다. 도착하고 몇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것 같았다. 난 평소에도 여행을 가면 바쁘게 움직이는 편이였다. '이왕온김에.... '라는 짧은 문장으로 나를 괴롭혔다. 뮌헨에 와서도 그마음은 똑같았다. 여행을 떠나기전과 도착하고나서의 마음은 달랐다.. 그 넓은 유럽을 한달에 다 돌아 보기 힘든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욕심이 앞섰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볼때는 나라별로 가까워 보였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넓은 유럽 만큼 이동 시간도 길었고, 극 성수기였기 때문에 교통비용 또한 비쌌다. 나 혼자 몇일을 여행 계획을 짜느라 분주 했다. 이동거리와 시간, 교통비, 식비, 숙박비용까지 여러 갈래로 계산하고 계획을 짜야 했다. 정답이 나오지 않는 계획이었지만 '언제 뮌헨에 또 오겠어'라는 생각으로 머리를 굴려 봤다. 게획만 짜다가 이대로 뮌헨 한달 생활이 뮌헨에서만 지내는 한달이 될 것 같은 불안함이 밀려 왔다.

사실 그 불안은 뮌헨 여행이 끝날 쯤 편안해 졌다. 한달 기간중 3주째가 되었을때, 내 마음이 여우로워 졌었다.



그러는 시간 중간에 우리는  에스반이라 뮌헨 지하철을 타고 뮌헨에 유명한 시내인 마리엔프란츠 광장으로 구경 가기로 했다. 신랑이 사진으로 보여 준적이 있었는데  사진으로도 웅장하고 멋진 건물 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설레었다. 이날은 하늘이 정말 예뻤다. 우리가 도착하는날 비가왔지만 다음날 부터 맑았기에 파란하늘에 하얀구름이 떠 있었다. 파란색 물감 바탕에 흰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한 느낌이었다. 아이와 함께 에스반 티켓팅도 하고 시간에 맞춰서 이동했다. 지금 머무르고 있는 게머링이라는 지역에서 지금 이동하려는 마리엔프란츠 광장은 지하철을 타고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하철을 한번만 갈아타고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초보 여행으로 이동하기에는 아주 좋았다. 그리고 모바일 지도 맵이 잘되어 있어서 이동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맵을 이용 해서 찾고,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이동하는 일도 아주 뿌뜻하고 보람된 일이었다. 자동차로 이동 하던 거리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 하더 거리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이동을 해서 마리엔 프란츠에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여 위에 올라오니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화려했다. 게머링이라는 동네에 있을 때는 유럽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지 못했는데 시내에 도착을 하고 보니 화면에서나 보던 웅장하고 역사적인 건물들이 눈에 가득 했다. 화려한 유럽 양식의 건물들이 도로를 중간에 두고 양쪽으로 펼쳐졌다. 그길을 따라가니 신랑에 보여준 사진에서 봤던 뮌헨 시청건물이 영화의 파노라마 처럼 펼쳐 졌다.



 광장을 가득 채운 시청 건물 중간에는 오후 12시가 되면 음악과 함께 인형이 춤을 추는 시계가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가 11시 45분쯤이었다. 그 광경을 보려고 그 시간에 도착한건 아니었지만 누구나 할것 없이 손을 뻗어 휴대폰을 들고 무언가를 찍으려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알았다. 그날은 주말이었고, 많은 관광객들이 시청앞 광장앞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아주 넓은 광장이었는데 거길 가득채운 사람들이 너도나도 비슷한 포즈로 카메라를 든 모습이 신기했다. 나도도 그들의 무리 속에서  우리도 '이왕 온김에...' 카메라를 들고 영상으로 남겼다. 건물이 너무 커서 멀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광경이 카메라에 전부 담기지가 않았다. 우린 웅장한 시청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함께간 지인이 있어서 찍어 달라고 했다. 유럽에서 함부러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했다가 휴대폰을 분실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아는 지인에게 찍어달라고 요청한 것 이다. 여행에 첫 가족사진이었다.



가족사진을 보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30분만 나와도 이렇게 멋진 곳이 있구나. 그리고 내가 지금 잠자고 눈뜨고 있는 여기가 유럽이구나. '난 너무 멀리서 내 여행에 기쁨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엔 프란츠 광장만 해도 일주일 동안 봐도 못볼 만한 크기였다. 구석 구석 예쁜 골목길과 길거리에 즐비한 야외 테이블과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들 .... 모두 소중하고 지나치기 힘든 것들이었다. 난 생각을 고쳐 먹기로 했다. 그리고 유럽 곳곳에 모두 방문해 보기에는 유럽은 넓었다. 유럽에 처음 온 나는 '멋도 모르고 이왕 온김에 다 돌아보자'라고 외쳐댔다. 이를 본 여기 사람들은 얼마나 웃겼을까? 내가 아이를 데리고 뮌헨에 온 목적을 깨닫는 순간 지금 속해 있는 이 순간또한 소중하고 되돌아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기를 마음 먹었다. 아이와 신랑은 행복해 보였다. 나도 이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잠깐 서서 머무르는 시간 조차도 아까웠던 나는 그 순간 조차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을 만끽 하고 싶었다.뮌우린 그 뒤로도 마리엔 프란츠 광장을 자주 찾았다. 먹거리도 많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내가 여기 뮌헨에 와 있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뮌헨에 와 있는 모든 순간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며 나와 가족에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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