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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 Jul 19. 2024

엄마가 읽어 주는 그림책 효과

아이는 어린이집을 가지 않았다. 아이의 생일이 10월 생으로 늦은 편이기도 했지만, 태어나고 나서 3년은 내 품에서 키우고 싶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뤄서 아이는 5살에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와 놀이터에 나가면 어린이집을 보내는 엄마들이 꼭 한마디 씩 했다. ' 아이가 적정 시기에 교육 기관에 가야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도 배우고 하지. 아이를 엄마 품에만 두고 키울 수 없어.' 나갈 때마다 입을 대니 나도 사람인지라 그 말에 흔들렸었다.  추가로 아이 조리원 친구들 또한 모두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이는 친구랑 놀기보다는 나와 함께 노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들림은 잠시 바로 내가 원하고 아이를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 육아서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친구와 놀기를 원한다면 어린이 하원 시간에 놀이터에 가면 친구들은 많았다. 어린이집 생활이나 그 시기에 맞는 교육은 책 읽기면 충분했다. 책 속에는 여러 어린이집부터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 친구가 있었다. 어린이집을 안 가는 대신 아이는 잠자고 싶을 때 잠자고 책을 읽고 싶으면 책 읽고 놀고 싶음 놀고 놀이터 가고 싶음 놀이터에 갔다.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  시간과 틀에 구애받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아이를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는 육아를 할 수 있었다.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내 손을 잡고  유치원을 가는 게 아니라 큰 대형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그전부터 아이와 유치원 생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원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조금 남는 시간에 책을 꺼내 봤다. 사실 엄마와 떨어지는 건 처음이기 때문에 걱정했다.  엄마 옆에 붙어서 떨어지기 싫다고 떼를 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이는 아주 침착했고 유치원 가기를 아주 설레어했다. 모든 5살 친구들이 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유치원을 다니면서 주변 친구들을 보니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울면서 가는 친구가 아주 많았다. 하지만 아이는 큰 대형버스를 타고 엄마랑 손을 흔들면서 웃으면서 가는 모습이 정말 기특했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울면서 유치원이나 학교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4년이라는 시간은 아이에게 아주 기름진 영양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기관을 늦게 가다 보니 아이와 나는 4년이란 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어린이집에 가는 대신 나는 홈플러스 문화 센터를 선택했다. 그곳에 가면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고 체육활동부터 음악활동까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나도 집에만 있기보다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오면서 기분전환이 됐던 것 같다. 문화센터 활동은 거의 30분 남짓이기 때문에 그 외 시간은 놀이터나 집에서 촉감놀이나 책 읽기 등등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와 하는 활동이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주고 의견을 많이 물어봤다. 밥을 먹는 것부터 노는 방식 등등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는 말이 빨랐다. 그 외 시간은 거의 책을 읽었다. 낮잠을 자고 싶으면 낮잠을 잤다. 아주 여유로운 시간들이었다. 우린 시간이 많았다. 우린 기관에 가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늦잠을 잘 수 있었다. 그래서 새벽까지 책을 읽어 줬다. 처음엔 책에서 나온 육아를 따라 해 보자는 심산이었지만, 나중에는 아이가 원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읽고 싶은 만큼 새벽을 향해 달렸다. 그럼 어느 순간 내 옆에서 잠이 들어있었다. 이때의 아이의 모습과 느낌은 겪은 부모님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뿌듯함과 기특함 예쁨 복합적이었다. 나는 아이가 책을 읽어 달라고 할 때까지 읽어 줬다. 아이는 똑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 달라고 할 때도 있었고, 어떤 날은 새로운 책을 계속 가지고 왔다.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계속 읽어 줬다. 사실 다른 장난감놀이보다 책을 읽어주면서 놀아 주는 편이 훨씬 쉬었다. 


한 달에 적어도 2질 정도는 중고나라를 통해서 책을 구입했다. 아이는 새책이 오는 날을 아주 좋아했다. 하루는 영어 보드북을 들인 날이었다. 영어 보드북은 글밥이 많지 않고 작지만 그림이 아주 귀엽고 알록달록 했다. 책이 오고 책장에 꽂자마자 20권 넘는 전집을 그 지리에서 다 읽어 줬다. 그 이유는 아이가 계속 책을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모습이 싫지 않아서 계속 읽어 준 것 같다.  그렇게 새로 들인 전집이 배송될 때마다 내 목은 남아나질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에게 가지고 오던 책을 자신이 꺼내서 혼자 앉아서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은 점점 길어졌습니다. 내가 원하던 책육아였어요. 나는 생각했다. '내가 이 모습을 보려고 목이 갈라지도록 책을 읽어 줬구나. ' '사람들에게 어린이집 안 보내냐고 한소리 들을 때 내가 원하는 교육 방향을 고수했던 게 잘못된 게 아니었구나.' 



그렇게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는 학년별 학급회장을 놓친 적이 없는 도전하는 아이로 자라났고, 전교 회장, 부회장 선거에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멋진 아이가 됐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줄 알고 인성도 좋습니다. 아직도 성장 중이고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이지만 지금까지는 꽤나 괜찮은 아이입니다. 내가 어릴 적 아이와 함께 보냈던 책 읽는 시간이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내가 책을 읽어 주지 않을 정도로 많이 자라났지만, 혼자서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그런 아이가 되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 갈수록 책 읽을 시간이 점점 더 부족해지는 게 현실입니다.  다른 일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확보하고 있습니다. 교과 과목 공부도 중요하지만 책 읽기는 무조건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좋아하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을 안 읽는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 많은 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책을 읽을 시간이 정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기는 필수입니다. 시간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꾸준히 읽을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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