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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 Jul 08. 2024

도서관을 놀이터처럼



나는 아이가 기어 다닐 때부터 도서관을 놀이터 가듯 드나들었다. 기어 다닐 때쯤이니깐 아이가 책을 보길 원해서 방문 한건 아니었다. 우선 적으로 나는 아이랑 함께 매주 책을 빌리러 갔다. 도서관에 있는 육아서를 다 읽어 버리겠다는 마음이었다. 또 아이에게 읽어 줄 보드북도 많았다. 집에도 책이 있었지만,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 구경도 하고 빌려서 가서 또 읽어 주는 게 좋았다. 지금은 도서관 구조가 많이 바뀌었지만, 아이가 기어 다닐 때만 해도 어린이 도서관 코너는 있었지만 유아친구들이 기어 다니면서 책을 볼 수 있는 방으로 마련된 다른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바닥에 자유롭게 뒀다. 기어다니는 아기를 내 무릎에 억지로 앉혀책을 읽어 줄 생각은 안했다. 그냥 도서관이 아이에게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바랄뿐이었다. 아이를 도서관 바닥에 내려 두면  기어 다니다가 바닥에 앉기도 하고, 자신의 시선이 머무르는 책장 맨 아래칸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는 책들을 골라서 꺼내 보기도 했다. 그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봤다. 나는 기어 다니다가 옷이 더러워지거나 손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 안 했다. 옷은 빨면 되고 손은 씻으면 된다. 자유롭게 기어 다니면서 책장 맨 아래칸 책들을 자신의 책장 마냥 기웃되는 자유로운 행동을 그런 사소한 것들로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는 옹알이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아이가 옹알이를 할 때면 거의 반응해줬던 것 같다. 엄마의 반응이 재미있었던지 아이는 더 많은 옹알이를 했다. 기어 다닐 쯤이니깐 아직 돌이 안된 상태였는데 옹알이는 물론 엄마의 표정 엄마의 손짓 등을 따라 하기도 하고, 표현력이 강했다. 한날은 도서관에 가서 바닥에 내려 뒀다. 그날은 유달리 옹알이를 많이 하는 날이었다.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노래 같은 옹알이를 하면서 고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책들도 구경했다. 도서관이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주의를 주지 않고 좀 내버려 뒀다.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서 주의를 주셨다. " 죄송합니다." 조금 잠잠한 것 같더니, 또 옹알이를 하면서 책장 주위를 돌아다녔다. 이번엔 내가 주의를 줬다.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면서 "쉿" 했더니,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 똑같이 따라서 내보고 " 쉬~" 란다. 아이의 표현력이나 옹알이 모두 내가 책을 읽어 줘서라고 생각 한다. 장난가모 많이 가지고 놀았지만, 책을 가지고 정말 많이 놀았다. 책을 펼치고 읽는 것을 떠나서 책을 가지고 놀았다.


도서관에 처음 가서는 도서관에 있는 시간은 길진 않았다. 우린 지금도 그 도서관을 다닌다. 초등학교 6학년 인 딸은 도서관에 가면은 기본 3~4시간은 기본적으로 머무른다. 어릴 때부터 다녔던 도서관은 지금도 좋은 휴식처이자 놀이터가 됐다. 대신 기어 다니면서 옹알이를 하진 않는다. 처음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도서관을 다니면 다닐수록 도서관에 머무르는 시간은 길어졌다. 도서관에 도착 후 어린이 자료실에 입장하자마자 울어서 바로 나와서 집으로 다시 돌아온 날도 있었다. 하지만 또 도서관을 찾았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아이에게 도서관은 익숙하고도 편안한 공간이 됐다.



하지만 많은 부모님들은 걱정이 많다. '아이가 가서 책을 찢어 버리면 어떡하지?' ' 너무 떠들어서 데리고 갈 수가 없어요.''도서관에 가면 책도 안 보고 지루해해요' 등등. 아이들이 도서관을 처음부터 좋아할 순 없다. 그건 부모님이 인정해야 한다. 나는 도서관을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친구 엄마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방문해 봐."라고 말이다. 많은 부모님들은 착각한다. 도서관에 가면 우리 아이들이 당연히 책을 펼쳐서 읽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백 권의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조차도 모른다. 내 주변 친구들만 봐도 도서관에 몇 번 가서 책을 읽지 않고 장난만 치다가 오거나 너무 떠들어서 책을 볼 수 없어 나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더 이상 도서관을 찾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고 이렇게 말한다. ' 우리 아이 책 좀 읽었으면 좋겠어.'라고 말이다.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꾸준히 방문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책을 꺼내서 읽는 시간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 처음엔 5분, 10분, 30분이 나중에는 1시간 2시간으로 추가로 도서관 문 닫을 때 함께 나오는 일이 벌어진다. 사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면 도서관을 가고 싶지만 시간이 되질 않아서 못 가는 상황이 생긴다. 도서관도 그렇지만 집에서 책 읽을 시간조차도 부족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생일 때 꼭 도서관을 가셨으면 좋겠다. 독서습관을 잡는데 도서관에 가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는 것 같다.  


이제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 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엔 도서관은 에어컨 빵빵 최고의 휴양지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날은 다른 약속도 잡지 않고 시간을 비워두기로 했다.  하루정도는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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