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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Jul 31. 2017

비가 오면 드러나던 사랑

 우리 집 주소는 하나인데 우리 세 자매는 졸업한 학교가 전부 다르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다행히도 초등학교는 동네에 하나밖에 없기에 제일 높은 학년인 나한테만 전달하시면 해결되었다.      


 문제는 중 고등학교였다. 같은 은평구지만 비 오는 날은 더 멀게만 느껴진다. 배달하시는 엄마나 기다리는 딸들이나 매 한 가지다. 마지막에 내가 실업계 고등학교를 지원하는 바람에 일반고인 동생과 같은 학교였지만 건물 사이가 멀어서 생각만큼 수월하진 않았다. 

     

 중2였던 때로 기억한다. 장마철이었는지 5교시가 끝나기도 전에 빗줄기가 창문을 성급하게 두들긴다. 6교시였던 그날인지라 5교시 마침 종이 울리자 이미 내 마음은 옥상 매점 옆 공중전화에 가 있다. 선생님과의 인사가 끝나고 공중전화로 달음박질한다. 손에는 015B의 ‘텅 빈 거리에서’의 가사처럼 동전 두 개를 쥐고. 그러나 그때는 이미 만원이다. 우산을 안 챙긴 학생이 나 하나가 아닌 이유이다. 


 전화를 안 해도 시간표 보시고 마중 나오시겠지만 동생과 겹치면 곤란해지실 테니까 그 어린 나이에도 배려란 마음이 싹트고 있었던 모양이다.      


 엄마는 늦으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중에는 전화하는 수고까지 덜어주셨다. 오히려 현관에서 나를 기다리시는 경우가 많아졌다.      


 비가 오면 교복이 젖고 운동화에 물이 스며들기도 했지만 그런 것을 감수해낼 만큼 엄마의 사랑은 크고 따뜻했다. 




김은주 기자

긍정적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사람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솔직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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