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부작용

by 서부 글쓰기모임

우리는 기대감에서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어떠한 경유로 결정하던지 과포장 되어있음을 안다. 사소한 문제로 인해 모처럼만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어 부작용이 현실임을 받아들이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 작은 나라에 지역이 성장해나가기 위해 경제성, 문화성을 악이용 하여 여행객에게 보상을 받고자 하니 마음이 불편하다.


매년 여행을 떠난다. 한 해 동안 계획하기도, 도발적으로 바로 떠나기도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 여행안내 홍보자료를 공부하기도 한다. 목적이 무엇이던 그곳을 잘 느끼고 가슴에 담아 오기를 바라는 여행인데. 조금 지명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바가지요금과 질 떨어지는 상품으로 실망과 후회감이 돌아온다. 우리나라 지방마다 고장의 특색이 있다. 그 고장을 찾아주는 손님에게 속 보이는 상술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소문난 말이 천리를 간다고 한다. 요즘같이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는데 소문은 잠깐이다. 결국 자신의 그릇된 상술이 지역발전에 독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바다를 향해 청량리역에서 발권을 하다 보니 지역 피서객으로 대합실에 빈 좌석이 없었다. 객차 내에서 그간 못써온 글을 쓰자니 핸드폰 소리, 고성 통화 목소리. 같은 교인인가 본데 일행과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내내 미칠 것만 같았다. 노트북을 사용하기 위해 전기 콘센트 좌석을 신청하였지만 요즘은 있는 곳 없는 곳 섞여있단다.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작업을 중단하고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감상한다. 장시간을 이동하는 무궁화 열차에는 식당 칸도 사라졌다. 고작 음료 자판기와 과자 자판기뿐 준비가 부족한 탓에 참아야 했다.


도착해서 전망이 좋은 시설 괜찮은 숙박소를 생각하였는데 조금 싸고 좋은 전망이라는 호객행위에 선뜻 따라가니 현금만 받고 객실에는 기본 세팅도 부족하고 에어컨 리모컨도 감추고 이부자리도 세척을 안 해 끈적거렸다. 기타 용품도 다 준비되어있지 않다. 아까 역에서 마주친 외국인은 이런 상황에서 잘 적응하고 있을까 궁금하고 염려가 되었다. 더위와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쳐야 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절실하게 생각났다. 제대로 갖추고 제값을 받아야지 뜨내기손님이라고 제 욕심만 채우는 인심이 속상했다.


식사 때가 지나 간식이라도 필요해 인근 마트 편의점을 돌아다녀도 주인은 없고 불은 켜있는데 문은 잠가져 있었다. 역 앞 단 한 곳 식당 겸 매점만 열려있다. 비수기라 담합을 한 모양이었다. 친절과 배려는 여행객의 지갑을 열지만 비양심적 상술은 지갑을 열지 못한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지역 특산 식단을 생각하고 주문하면 재사용하는 반찬과 언제 조리하였는지 모르는 음식들이 인상 찌푸리게 한다. 그다지 싸지 않은 가격보다도 이런 음식으로 찾아준 손님에게 대접하는 인심에 자괴감 든다. 여행이란 목적지를 세세히 둘러보고 감동과 추억을 만들어 오는 것인데 조그만 불편이 자괴감을 만들고 있다.


예약한 열차표를 빠른 시간으로 교환했다. 더 이상 이런 여행은 실망이기 때문이다. 좌석을 확인하고 여행 소감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느 놀이방 아이들이 10여 명 재잘거리고 큰소리로 싸우는 통에 영 기분이 잡쳤다. 보호자가 2명 동석하고 가는데 핸드폰만 열심히 하느라 제대로 관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주의를 줄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때뿐이란 걸 잘 안다. 기차 승무원에게 다른 칸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여러 여행을 다녀 보았지만 이러한 경험은 매번 겪는 일이다. 안정된 편안한 힐링을 위하여 숙박을 고집하지만 여행 목적에 비해 턱없는 가격과 시설은 무박 여행과 알뜰 여행을 하게 만든다.


결국 팔아주려 해도 못 파는 꼴이다. 그들은 마치 거미줄 위에 거미 같았다.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사람

남성적인 면이 있고, 도덕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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