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보다 더 감사한 사랑

by 서부 글쓰기모임

우리 삶에 한두 번 고비가 찾아온다. 가장 어려울 때 잡아주는 따스한 사랑은 한 인생의 재기에 큰 힘이 되어 준다. 우리는 사는데 급급해 이웃과 나누고 사랑하는 법을 잠시 잊고 살고 있다. 나는 말해주고 싶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기쁨이라고.


내가 어려운 시절 일용직을 하고 생활할 시기다. 노동직은 경험이 없었지만 갓 태어난 아이와 엄마를 위하여 뭐라도 가장의 의무를 해야 했다. 그 당시 원하는 직장은 기다려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지 못할 형편이라 힘든 일용직이라도 임시로 하고 있었다. 육체적 힘든 일을 하다 보니 일이 끝나면 근육통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고통을 주었다. 그런 나약한 모습을 집에서 하소연할 수 없는 남자만의 삭힘이었다. 그래서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 모두들 일 끝나면 서로 어울려 또는 혼자 가볍게 쓴 소주를 마셨다. 그 생활이 오래될수록 통증을 이기는 한잔은 달콤한 약과도 같은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나 모든지 과하면 뜻하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퇴근하면 산후조리를 하는 아이와 엄마를 위해 집안 뒷정리를 하고 아기 우유병을 소독하고 잠이 들곤 했다. 어느 날 피곤했던지 가스 불에 젖병 소독 통을 올리고 앉아 잠이 들었다. 뭔가 냄새가 코를 자극해 눈을 떠보니 젖병 소독 통 위로 불이 붙어 천장을 태우고 있었다. 아뿔싸! 그만 졸았던 것이다. 순간 엄청난 자괴감이 들었다. 나의 안일한 행동으로 가장 소중한 가족을 잃을뻔한 죄책감에 마구 눈물이 흘렀다. 무의식 적으로 전기 차단기를 내리고 불을 향해 물을 퍼부었다. 그리고 방에서 자고 있는 가족을 빨리 피하라고 소리쳤다. 이미 불이 천정을 뚫고 하늘에 별이 보였다. 불은 꺼졌지만 탄내는 며칠 동안 계속 코를 찌르고 있었다. 정말 큰일을 치를 뻔했다.


정말 평생에 겪지 말아야 할 실수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 나 자신이 용서가 안되었다. 그 뒤 자책감에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넋이 나간 상태로 여러 날이 지나갔다.


소식을 들었는지 전 직장 사장님이 찾아와 격려해 주며 신문지에 돌돌 싸맨 돈을 전하셨다. 그분도 사업 실패로 어려울 때인데 집을 수리하고 재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일로 관계가 더욱 돈독해져 그분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무슨 때이면 찾아가 정성을 다했다. 그래서 뭐든 문제가 생기면 나를 의존하고 상의하는 가족 같은 관계가 되었다. 그분은 1남 1녀 자식을 두고 있는데 아들은 천방지축으로 많은 재산을 다 탕진하지만 아들이라고 모든 걸 다 밀어주는 형편이었고 딸은 이혼하고 손녀와 같이 친정에 함께 살고 있는데, 충격을 받아서 공황장애 상태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 그분을 만났을 때는 사업체와 부동산 기타 재산이 많았지만 지금은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로 취약해져 있어 마음이 아팠다. 고마운 분 잘 살아가셔야 할 텐데 하는 늘 걱정하는 바람이었다. 언젠가는 결초보은 하리라는 마음으로 조금씩 돈을 모았다. 그동안 나는 장애인이 되고 형편이 좋지 않았다. 그 고마움을 깊이 간직한 체 언젠가 몇 배 더 고마움을 전하리라 다짐만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분은 이제 노인이 되어 있었다. 잠깐 보아도 어려움이 생활을 하고 계셨다. 나는 옛날에 도움받은 돈을 돌려드리며 그때 너무 감사했다고 전해드리고, 그때의 사랑으로 이만큼 살아왔습니다. 사장님도 용기를 잃지 마시고 힘을 내세요. 말씀을 전하고 앞으로 무슨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도우며 의지하자는 마음으로 돌아왔다.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사람

남성적인 면이 있고, 도덕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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