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아이한테 잘 맞을 것 같아 티셔츠를 샀다.
그러나 이 옷을 아이한테 입히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설렘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새로 산 티셔츠를 멋지게 입고 주간보호센터에 간 날, 몇 시간 뒤에 담당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다른 이용자를 물었다는 것이다.
그 일로 아이는 그곳에서 퇴출당하고 집에서 쉬게 되었다.
그때부터 새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아이가 새 옷을 입을 때마다, 새로 산 신발을 신을 때마다 하루 종일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잘 쉴 수가 없다.
다른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지금까지도 새 옷을 입은 날에는 별일 없겠지? 무슨 일 있으면 어떡하지?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별 일없이 잘 지냈다는 선생님의 말을 들을 때까지 심장은 쫄깃쫄깃 오그라들어있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하며 힘들어할 때마다 모든 게 내 탓으로 여기는 자폐성 장애인 어머니들은 아마도 거의가 그럴 것이다. 나의 어떤 행동이, 나의 어떤 생각이 아이한테 그런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 하며 노심초사다.
꼭 새 것에 대한 트라우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잘 때까지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성찰하고 돌아보며 끊임없이 반성하고 후회한다.
이런 행동들은 아이가 편하고 행복하게 지낼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그러면서 아프게 때로는 빛을 향한 내 마음에 채찍질할 것이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 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
인권과 관련된 기사를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