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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Oct 25. 202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Ⅱ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는 우영우의 팀에게 회식을 시켜준다. 

어떤 사건을 잘 해결해서 한 턱을 쏘는데 그 자리에서 이상한 풍경을 본다. 고급스러운 횟집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은 김초밥을 먹지 않나, 또 한 사람은 배가 아파 게살죽을 먹는다. 이처럼 드라마 속에는 다양성이 있었다. 성 소수자, 형제들의 상속재산분할, 회사 간의 분열화 등 다양한 사건이 있다.      


내게는 한 가지의 에피소드가 기억이 남는다. 

가해자는 피해자 친형을 죽였다고 오해받는다. 이 형제의 부모님들은 가해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는 만으로 심신미약을 주장하여 감형받을 수 있게 해달라, 우 변호사의 팀에게 요청했다. 처음에 매인 담당자를 우 변호사에게 요청한 사람은 다름이 아닌, 시니어 변호사다. 


재판 진행 중에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 

먼저 그녀는 "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서 배정했나요?" 이렇게 물어봤다. 정 변호사도 "나보단 우 변호사가 자폐 장애를 아니까. 이 사건을 맡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대답했다. 또한 재판에서 상대 변호사는 지저분하게 그녀의 장애를 지적하면서 동생을 유죄라고 주장을 했다. 

어쨌든 재판에서 형의 자살로 판정받아, 동생은 무죄를 받았다. 


그리고 상대 변호사의 지저분한 변호를 듣고, 부모님들도 딴 변호사로 교체하기를 원했다. 사실 그들의 아버지도 죄책감에 아들이랑 같은 유형의 장애지만 또 다른 자폐인 우 변호사의 잘난 척하는 모습에 "그래봤자... 너도 자폐잖아..." 무시한 듯, 크게 소리를 질렀다. 반면 어머니의 심정은 "큰아들이 그런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걸 법정에서 꼭 밝혀야 할까? 작은아들은 어차피 자폐가 있으니까 심신미약 같은 걸로 감형받을 수 있잖아요. 남편은 제가 잘 설득할게요. 변호사님, 남편이 막말해서 미안해요. 참 못난 말인 거 아는데 변호사님 보니까 우리 마음이 좀 복잡했어요. 왜 자폐는 대부분 우리 아들처럼 도전적행동을 하잖아요. 희망을 품기에는 너무 힘들잖아요."


내 주변에도 자폐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친구들이 있다. 한 친구랑 초등 5학년쯤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같이 거주 시설에서 생활했는데 그 녀석도 도전적행동이 심했다. 이를테면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 수도꼭지를 돌리거나 높은 곳에 있는 물건(라디오, 전기류)을 떨어뜨리는 시늉 하다가 진짜 떨어지면 자신이 더 놀랐다. 그 밖에 /코를 파서 피도 내고 작은 딱지인데 고름, 진물 따위가 나오게 하고 자기 몸을 힘들게 했다. 하루에도 수없이 그런 행위를 하며 정말 다양한 사고를 쳤다. 눈을 뗄 수 없었던 그 녀석과 한참 못 보다가 봤는데 장난기가 가득한 눈빛은 사라지고 그냥 맥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생활 지원사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그 친구도 성인이 되어 지원도 힘들어 정신과 약(수면제·안정제·성분)을 아침&저녁으로 복용하고 있었다. 거주 시설의 조치도 이해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었다.      


 현실에는 이 친구처럼 자폐 스펙트럼 유형인 장애인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남에게 피해. 또는 눈치를 안 보려는 노력으로 수면제·안정제·성분이 있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장애를 억제시키는 목적으로 몸이 건강한데도 이 사회 속에서 살기 위해 억지로 약을 먹고 있다.      


 우영우의 "같은 유형의 장애라도 모르는 부분도 있다." 이런 대사도 좋다. 스펙트럼의 뜻처럼 우리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자폐인의 삶을 조금 더 넉넉하게 다뤘다면 더욱더 동감이 되는 드라마였겠다. 



김삼식 기자

호기심과 물음이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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