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부 시민기자단 Mar 17. 2023

OO 환자

무엇을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더 많은 사람이다. 자고 일어난 후에도 활동지원사가 체위 변경을 안 해주면 몸이 더 아프다. 5분 정도만이라도 체위 변경을 하고 나면 아주 조금은 근육의 긴장이 풀어져 하루 활동을 편하게 할 수가 있다. 이 정도면 모든 생활을 타인에게 맡긴 채, 살고 있지 않은가.     


머리가 아파서 동네 내과를 찾아갔다. 의사는 나와 활동지원사에게 알맞게 형식적인 질문과 단답형 식으로 물어봐서 나름대로 편했다. 그 의사는 내 장애 유형도 몰랐으며 장애 감수성은 전혀 없었다. 물론 장애 유형은 본인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같이 온 사람에게 묻는 건 당연할 수도 있다. 활동지원사도 평생을 같이 살아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부분은 글자판을 사용해 진료를 진행했다.


백 번을 이해했었다. 의사도 글자판으로 찍어 대화하는 상황을 봤지만 나의 장애만을 보고 대놓고 “이런 사람은 원인을 잘 못 찾겠으며, 일반 사람은 확 넘어지거나 뇌출혈 같은 원인이 보이면 바로 큰 병원에 가라고 하는데 이분은 장애 때문에 쉽게 말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 나에 대해 제대로 진료도 하지 않고, 장애 때문에 의사로서 소견을 주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글자판으로 찍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말하세요.” 이런 말도 했었다. 내 앞에서 장애인 아닌 사람을 '비장애인'이 아니라 '일반 사람'이라고 표현도 했다. 아직도 장애 감수성은 참 멀게만 느껴졌다. 의사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정도였는데 장애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개념 없이 말하는 건 이해할 순 없었다. 지금도 장애인들과 관련 단체들은 각종 콘텐츠에 장애에 관한 인식 개선을 하고 있지만 그저 캠페인으로만 그쳤나? 하는 생각에 그냥 씁쓸했다.      

어느 미디어에서 '장애'를 보여줄 때 주변에 흔한 사람이 아닌 마치 드라마 속 우영우 같이 씩씩하거나 밝게 행동하는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글로만 장애를 공부했던 일부 유튜버 셀럽들은 무엇을 말해도 되고 어떤 것을 올바르게 표현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 본인의 경험만으로 말을 했다. 장애와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는 대부분의 유튜브 셀럽은 의사인데 그들은 ‘장애인’이라 표현하지 않고 주로 'OO 환자'로 지칭한다. 의사는 연구와 이론을 통해 장애를 병으로 보고 하는 말일 수 있겠지만, 병원 상황이 아닌 유튜브 콘텐츠로써 장애를 설명할 때는 장애인을 환자로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단 몇 분이라도 체위 변경을 후 하루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그냥 같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김삼식 기자

역으로 생각하고 이미지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호기심과 물음이 많은 사람


매거진의 이전글 내 삶의 유효기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