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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Mar 28. 2023

병원이야기 1

부제: 삼재(三災)

올해는 엄청난 액땜이 지나갔다. 


하필이면 요즘 아저씨들의 히어로인 '슬램덩크 더 퍼스트' 영화를 보려고 갔을 때 일이 터졌다. 영화 시작이 한 시간이 정도 남아, 나 혼자 산책을 나섰다. 평소에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는 휠체어 이동하기 좋은 산책길이 있어 그날도 활동지원사 없이 산책을 했다. 혼자 자주 가던 길이라,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 겨울밤은 해도 빨리 지고 주위에도 사람들이 없어 신나게 달렸다. 그런데 내 지나친 행동을 멈추라는 신의 계시였을까? 빠른 속도를 이겨내지 못한 채 휠체어 자체로 나무울타리에 부닥쳐 버렸다. 울타리에 부닥친 순간에는 얼른 상체를 내 힘으로 일으켜 세워서 영화를 보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나 스스로 몸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는 열 번 중에 한 번이다. 상체가 앞으로 숙인 상태로 추운 밤에 지나가는 사람을 기다리며 활동지원사가 날 찾으러 와달라는 간절한 기도도 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도와줄 땐 먼저 장애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하면 그때야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마침내 어둠 속에서 한 부부가 내게 와선 ''도와드려요?'' 묻고 상체를 세워주었다. 나도 참, 이런 경험이 가끔 있어 그분들이 귀한 사람인 줄 알기에 더욱 감사하면서도 그 순간은 그렇게 묻지 말고 빨리 일으켜 세워달라는 마음뿐이었다. 대충 정신을 차리고 영화관에 가고 있는데 생애 처음으로 왼쪽 다리가 두 조각이 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극장에 도착하자 난 활동지원사에게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달라고 하고 바로 은평성모병원(가톨릭대학교) 응급실에 직행했다. 그래도 병원에 가는 도중엔 다리가 꽤 괜찮을 것 같아, X–ray를 찍고 집에 갈 거라는 예상을 했다. 내 첫 느낌대로  X–ray를 찍어보니 정강이뼈(경골)가 엿가락처럼 반 토막이 나 있었다. 의료진들도 너무나 안 좋은 상태라고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 후. 정말 상상 초월할 만큼 아픔이 밀어붙였다. 


응급실에서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자책을 하면서 밤새웠다. 피검사 및 각종 검사를 받았고 다음 날. 병동에 올라갔다. 3일 뒤 3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직후는 기억이 없다. 올해 액땜이 두 번이나 지나갔다. 작년 연말에 첫 번째도 왼쪽 두 번째 발가락을 다쳐서 119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은평성모병원 응급실에서 그 발가락을 꿰맸다. 집에 돌아와 한 2주 후인가 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2023년 계묘년은 나에게 있어 삼재(三災)인 것만 같다.      




김삼식 기자

역으로 생각하고 이미지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호기심과 물음이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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