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조아(손창명)
허기진 배 부여잡고
꼬질꼬질 버거운 책보따리 마루에 걸터앉을때
할아버지 목소리 방문을 열었다.
드시던 젖가락 건네 주시며
이거 한번 먹어봐라!
늘 먹던 국수 뒷곁 장독대 항아리속 깊이 가둬놓고 떡하니 안방 차지하고 있는 라면 한그릇
삐뚫어진 젓가락 사이를 꼬불꼬불 거드름 피우며 올라온다.
듣도보도 못한 요상한 맛으로 혀끝을 내리치며 두눈을 번쩍 뜨이게 했던 잊지 못할 첫 만남
무슨 소명을 띄고 시대의 혁명가처럼 이 시골 구석 초가집 토담까지 넘어 왔을까!
미처 따라가지 못한 꼬불꼬불 라면 한가닥
할아버지 수염속에서 양반행세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