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에 소망을 담아

논나(김은주)

by 서부 글쓰기모임

밖의 어둔 밤하늘엔 내 얼굴보다 큰 보름달이 걸려있고 한 칸짜리 방 안에선 초 하나가 어두움을 힘겹게 밀어내고 있다.


아빠는 마치 잣을 깨기 의해 공구를 마련하신 것처럼 망치 등의 공구를 잔뜩 늘어놓으셨다. 잣이 하나둘 하얀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동생들과 나는 신중한 표정으로 잣을 고르기 시작한다. 잣을 바늘에 꽂는 것은 엄마의 몫이다. 모두 선택한 잣이 바늘에 끼워지면 초에 잣을 대어 불을 붙인다. ‘지지직’.


새카맣게 모두 타 버리면 운수대통이다. 모두들 잣에 시선집중이다.


드디어 기름을 잔뜩 머금은 잣이 새카맣게 타버렸다. 온 가족의 잣이 검은 몸뚱이를 드러낸다.

올 한 해도 모두 운수대통이다. 밤하늘에 걸린 보름달보다 더 환한 웃음들이 가족들 입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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