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부 시민기자단 Jan 06. 2017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고

  정월 대보름이면 볏짚 두어단 들고 뒷동산에 올라 둥그렇게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할아버지는 절을 하셨다. 옆에 서있는 나를 보고 할아버지는 얼른 절을 하며 소원을 빌어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어떤 소원이든 들어줄 거라는 단단한 믿음이 있었다.

  집 앞에 넓은 밭이 있었다. 그 너른 밭에는 항상 참외를 심었다. 참외가 노랗게 익어 첫 수확을 할 무렵이면 할아버지께서는 엄마한테 애호박전을 해오라고 하셨다. 노릇노릇한 호박전과 막걸리 한 사발을 쟁반에 담아 참외밭에 놓고 할아버지께서는 하늘과 땅에 감사함을 전하셨다.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땅은 거짓말을 못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며 늘 들판을 둘러보며 곰방대를 입에 물으셨다. 농부의 근본은 부지런함과 성실함에 있다고 당신의 삶을 자연에 맡기셨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인간의 이기심을 바람에 날리며 묵묵히 이 땅을 지키셨다.

  그렇게 고달팠던 일 년의 농사일이 끝나면 추수한 햇곡식으로 떡을 해놓고 감사의 마음을 온 동네 사람들과 나누셨다.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은 자손 대대로 물려 왔다. 

  그러나 지금 그렇게 정성스럽게 지어진 곡식들이 해가 바뀌어도 창고에 그대로 있다. 쌀을 먹는 인구가 줄어들어서인지 해마다 벼는 창고에 쌓이고 농부들의 시름은 커져만 갔다. 농사를 짓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추수한 곡식이 팔리지를 않아서 걱정이다.

  그래도 이 땅의 농부들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정직함으로 오늘도 내년의 농사를 위해 땅을 파고 있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

인권과 관련된 기사를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사람.

작가의 이전글 모래시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