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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Mar 16. 2023

들어가며

서대문구의 아름다운 가게를 찾아 울림 있는 소문을 내주고자 시작한 '서대문구店'이 어느덧 8개월이 되었습니다. 2023년 3월 16일까지, 쉰여섯 곳의 가게를 직접 찾아다니며 취재했고, 그중 열 한 곳은 지역 기반의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계신 서대문구의 이웃 여섯 분의 객원 에디터와 함께 동행 취재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객원 에디터 활동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며, 지역 서비스로서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나가고 있습니다.


채널의 시작은 제가 살고 있는 동네를 더욱 애정하고 아껴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서대문구에 이사 온 지 고작 2년밖에 되지 않았기에 '동네'가 주는 따뜻한 밀착감을 갖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작년 7월 무턱대고 방문한 연희동 '글월'을 시작으로, 익히 알고 있는 가게와 새롭게 알게 된 가게를 찾아다니며 취재했고, 하나 둘 인스타그램 채널에 소개해나갔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매체인 '글'을 통해서 말이죠. 사실 인스타그램은 가독성이 안 좋기로 소문난 sns예요. 어느 카메라에서도 지원하지 않는 4:5 비율의 이미지 규격과 좁쌀만 한 텍스트, 좁은 자간과 행간이 텍스트를 읽어내리기 어렵게 만들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는 깊이 있는 긴 글은 힘을 내기 어렵죠. 그래도 저는 깊이 있는 글을 추구했습니다. 고집도 이런 왕 고집이 없거든요. 이는 명백한 저의 믿음에서 출발하는데, 자극적으로 쏟아내는 글과 사진보다 울림 있는 한 문장이 주는 미세한 감동이 내일의 해상도를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의 힘을 믿으며 이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12월 이웃들과 '글로 만나서 놀면 좋겠다'라는 작은 바람이 솟았고, 그 길에 곧장 글쓰기 모임을 모집했습니다. 사실 호기롭게 모집하기 전, 뛰어난 현실감각으로 앞 날을 내다보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더랬습니다. 글쓰기 모임을 하고 싶은데 하자고 하면 사람들이 할까 물었죠. 제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친구가 입을 열었습니다.


일단 모으고 나서 상의하는 게 어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친구는 글쓰기 모임을 하기로 이미 정해놓은 제 마음을 알아차렸을 겁니다. 그 길로 채널에 글쓰기 모임을 모집했고, 섬세한 마음씨를 가진 승현, 서진님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모임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처음이어서 모임을 이끄는 것이 서툴렀지만, 우리는 시콜라주와 교환 일기, 짧은 에세이를 나누며 글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렇게 두 달,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기록하고 싶었고, 이를 기억할만한 매체로 '책'을 발행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한 가지 주제를 골라 편지를 주고받고 그 편지를 책으로 엮어보기로 말이죠. 그렇게 3월, '처음'이란 주제를 시작으로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앞으로 대략 7~10개의 주제를 선정해서 편지를 주고받을 테니 약 14주에서 20주가량 걸리겠군요. 중간중간 출판사 미팅과 샘플북 발행, 펀딩 기획 등 더욱 바빠지겠지만, 다가오는 일에 설레기도 합니다.


이 편지는 모여서 곧 한 권에 책이 될 예정이에요 :) 책으로 엮어보는 것이 처음인지라 모든 것이 미숙하지만, 모르는 길을 성큼성큼, 때로는 살금살금 걸어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처음의 묘미 아닐까 해요. 지나는 길에 이 글을 읽고 저희의 프로젝트를 응원해주고 싶으시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여러분의 사소한 관심이 저희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낼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되어줄 겁니다.


그리고 이토록 무모한 계획에 성큼 동참해주신 서진님과 승현님께 다시 한번 더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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