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것들을 좋아할까
우리가 각자 좋아하는 모든 것들에는 좋아할 만한 각각의 합당한 이유가 깃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알지 못한 채 좋아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왜 빨간색을 좋아하는지, 오랜 시간에 걸쳐 옷장에 하나씩 하나씩 걸어둔 옷의 색깔들이 다 비슷한 지,
Daft Punk의 Get Lucky 가 1979년 Chic - Good Times를 오마주 했다는 걸 알면서도 과거의 반복이라
여기지 않고 역사적인 곡이라 여기며 아직도 즐겨 듣는지, 복잡한 곳을 싫어해서 홍대 거리는 피하면서
익선동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복잡함을 느끼지 못하며 몇 시간을 누빌 수 있는지와 같이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자신의 취향을 마주하곤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저는 이처럼 미묘하고 변덕스러운 저의 취향을 마주할 때마다 '왜 나는 그것을 좋아했을까' , '나의 취향은 어디서부터 형성되었을까'를 생각의 꼬리의 꼬리를 물어 나름의 이유를 정의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이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설명하는 내 자신을 보며 '내가 이래서 이걸 좋아했구나' 하며 좋아하는 것의 이유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나름의 명징한(?) 이유는 아직 형성되어지는 단계입니다.
저는 불투명한 저의 취향을 마주할 때마다 일종의 미성숙을 마주하고 이 미성숙은 제가 안목을 키우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를 주기도 합니다.
제가 애정하는 DJ 형이 이런 말은 한적이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헷갈리는 것이 점점 없어지는 것' 이라고. 헷갈리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아직 나이를 더 먹어야 하는것은 아닐까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것은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를 기억해두며 점점 헷갈리는 것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축적한 ‘좋은 것’들을 하나씩 소개해볼 예정입니다. 이 공간에 제가 좋아하는 것의 이유를 정리해보며 헷갈리는 것 없이 더 명확한 저의 이유들을 발견하고 싶은 것이 글을 적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글을 누군가가 읽고 살면서 좋아할 만한 이유가 없었던 현상이나, 시선은 가지만 애매해서 지나쳤던 것들의 윤곽을 알아차려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채로운 현상들을 경험하기를 바래봅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살아오면서 '삶의 무의미'와의 싸움에서의 패배로 몇 번의 좋은 프로젝트를 결실 맺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나는 그저 소비만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자조적인 어조를 띌 때가 많아 스스로 힘이 풀리지 않을까 걱정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도 '삶의 무의미'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거뒀던 몇 번의 좋은 결실을 맺었던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쪼록 이 프로젝트의 끝에 선다면 제가 원하는 것에 한 걸음 더 다가가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저장 버튼을 눌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