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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May 29. 2024

이대가 처음이라면 여기부터 추천

'이대'로 괜찮을까? - 이대에서 만난 가게들 첫 번째 '와플잇업'

글. 사진 @seodaemun.9 가게 waffle it up

*이 콘텐츠는 서대문구청의 도움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대 거리에는 Y2K 감성이 있다. 인근 지역인 홍대 상권과 비교해 보아도 변화의 폭이 적어 많은 것이 변하지 않은 덕분일 것이다. 힙한 감성이라면, 요즘 느낌에 예스러움을 한 숟갈 담아 그럴싸하게 복원하는 것인데, 이대 거리에는 왠지 모를 예스러움이 가득한 거리 분위기가 도처에  남아있어서 가끔은 드라마 세트장에 놀러 온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대 거리가 변화의 시기를 놓친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느린 변화는 거리의 시간을 조금 더 붙잡아 두고 사람들은 붙잡힌 시간을 기억하며 자신을 다독일 수 있다. 그 점에서 이대는 꼭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어 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미각의 반은 기억이라는 말이 있다. 이대의 와플 가게 ‘와플 잇업’은 그네 의자에 앉아 식빵 리필해 먹던 캔모아나 민들레 영토처럼, 오래된 기억 어딘가의 장면들을 끄집어 내준다. 만약 고개를 끄덕였다면, 우린 같은 장면을 추억하고 있을 것이다.


와플잇업의 1층 공간, 빈티지한 나무 골조가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seodaemun.9
@seodaemun.9


와플잇업은 2007년 처음 문을 열었다. 사실 1호점은 현재의 자리가 아닌데, 여기서 5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있었다고 한다. 즉 현재의 자리는 2호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대 디저트계의 터줏대감인 와플잇업도 두 개의 점포에서 한 개의 점포로 축소되는 상황을 겪었을 정도로 이대 상권 축소는 실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대 거리에는 수없이 많은 디저트 가게가 문을 열었지만, 와플잇업만큼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는 많지 않은 점을 생각해 본다면 와플잇업은 이대 거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로서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와플잇업의 젤라또 와플, 젤라또는 12가지 맛 중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seodaemun.9


와플잇업의 자랑은 단연 와플이다. 와플은 오리지널 와플부터 생크림, 젤라또, 과일을 얹는 프루트 와플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슈가파우더가 눈처럼 소복이 쌓인 바삭한 반죽이 돋보이는 브뤼셀식 와플 위에 생크림이나 젤라또를 얹어 낸다.


젤라또 가게 부럽지 않은 12종의 젤라토는 사장님께서 매일 아침 손수 만드신다고 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토핑으로 얹어진 과일이었는데, 멋 부리려는 노력 없이 딸기며 바나나, 파인애플이 나란히 누워있다. 오히려 멋 내지 않은 접시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혹시 이게 추억 보정이라는걸까.


2층 공간의 책상. 작가의 다락방이 떠오른다. @seodaemun.9
2층 공간에서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 @seodaemun.9


공간은 크게 두 덩이로 나눌 수 있는데, 바가 있는 공간은 넓게 뻗어 있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안쪽 공간은 2층으로 나뉘어 있어 층고가 낮은데, 이 덕분에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있어 조용히 대화를 나누거나 노트북을 펼친 학생들이 눈에 띈다.


공간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약 30개의 테이블이 있다. 그래서인지 평일에도 워낙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다 보니 상황에 따라 대기 시간이 있을 수 있겠다. 야외 테이블은 요즘처럼 좋은 날씨가 이어지는 때에 더없이 좋은 공간처럼 보인다.


와플잇업 입구 @seodaemun.9
요즘같이 선선한 날씨에 앉아 있기 좋은 야외 테라스 @seodaemun.9


와플잇업은 오래된 건물임에도 관리가 꾸준히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쾌적한 화장실이며, 목재가 깔린 마룻바닥도 윤이 나고, 먼지 하나 없는 천정고에는 거미줄 하나 보이지 않는다. 사장님이 가게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도 와플잇 업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청결과 같은 사소한 부분에 감응해 방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와플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이도 변했다. 유행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와플 기계의 활용도를 변화시켰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에 비해 와플잇업의 와플은 변화에 파도를 무작정 따르지 않았는데, 이점은 오히려 클래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꼭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살 필요는 없으니까, 이대가 처음이라면 와플잇업부터 추천하는 이유이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3길 42-19

위치ㅣ나띵벗커피, 미스터 서왕만두 사이 골목

시간ㅣ12:00 - 22:00 (Last order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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