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이가게 141 | 연희동 문구 디자인 스튜디오 '그린디자인웍스 공장
글&사진 @seodaemun.9 가게 @green_gongjang
글을 쓰는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말수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어떨 때는 말보다 글이 편하다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요즘은 그렇다. 동네 곳곳을 탐험하면서 발견한 가게마다 말을 붙여가며 쌓았던 서대문구점 취재도 요즘은 말없이 슬쩍 다녀오는 편을 택한다. 그렇다고 모든 방문이 취재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뭐 내 신체가 그러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해드려야지.
12월 10일, 별다른 목적지 없이 연희동을 걷다가 ‘밀스’자리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던 ‘그린디자인웍스 공장’을 발견했다. 평소 문구류라면 살 때마다, 받을 때마다 도통 사용하지를 못해서 죄책감만 쌓이는 대상이었다. 그런데도 알록달록한 문구류를 발견했는데 기분마저 울적하다면 어떨까. 그들이 주는 질감과 양태에 이끌려 이미 머릿속으로 구입을 결정하는 편이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필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은 구매 결정을 하고 난 뒤에 벌어지는 이성적 판단이다. 그런데, 문구류를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들 그렇지 않나?
‘그린디자인웍스 공장’은 연희동에서도 안쪽 깊숙한 곳에 있다. 그 주변은 회사나 단독주택, 작은 공방들이 듬성듬성 있어 인적이 드문 편이다. 공장이 밀스에 팝업을 열었고, 최근에는 합정동의 ‘ODOM’에서 팝업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왠지 초록색 공룡이 ‘우리도 연희동에 있어요’라고 슬쩍 손을 들어주는 것 같은 상상이 든다. 왜 초록색 공룡인지는 글을 적는 지금까지도 이유를 찾지 못했다.
공장은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제품 디자인과 판매를 진행한다. 특히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는 메시지를 담은 ‘FOR EARTH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제품의 판매 수익 일부는 환경 및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된다고 한다.
또한, 공장은 종이 자투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NAME CARD 프로젝트’도 함께 한다. 이는 제품 데이터를 종이 규격에 맞게 배치한 후 남는 공간에 명함 데이터를 추가하여 인쇄함으로써 자원을 절약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공장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나는 이날 팝업 스토어에서 초록색 노트와 연필, 그리고 우리 집 고양이들이 떠오르는 고양이 스티커 몇 장을 구매했다. 그리고 싫어하는 당근을 좋아해 보려고 당근 모양 스티커도 구매했다. 아쉽게도 당근 스티커는 내 염원을 담아내 주지 못했지만, 적어도 당근의 생김새는 좋아할 수는 있게 됐다.
가장 만족스러운 구매는 역시 쌔뜩한 초록색 노트이다. 노트를 닫았을 때 벌어지지 않도록, 펜도 꽂아놓을 수 있도록 고정끈이 달려있다. 노트에는 요즘 구상하고 있는 어떤 이야기의 뼈대를 그려가는 중이다. 낙서에 가까운 노트의 메모들은 언젠가 형태를 보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때가 되면 그린디자인웍스 공장에서 구매한 노트 덕분이었다고, 어딘가에서 구매한 펜과 종이로 일기를 적을 것이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444-57
위치ㅣ궁동근린공원 가는 길
시간ㅣ09:10 - 17:30 (주말&공휴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