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연분홍색, 파란색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 위에 생굴과 레몬, 물병, 칼이 놓여 있다. 빨간 줄무늬가 그려진 초록색의 냅킨, 노란색 손잡이의 귀여운 칼과 레몬이 있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접시 위 여섯 조각의 굴이다.
사실 굴은 서양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유럽에서는 굴이 남성의 힘을 상징하는 귀족 식품이었는데, 루이 14세와 카사노바가 즐겨먹었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유명인이 사용하거나 섭취한 식품은 인기가 있었나보다.
굴의 가치를 높여주었던 것은 운송 수단이 미비했던 당시의 시대 상황도 한몫했다. 굴은 부패가 빨리 일어나 신선도를 유지한 채 육지로 운반하는 일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바다에서 멀어질 수록 가치가 상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흘러 19세기, 점차 물류가 발전하면서 굴은 식품으로서 대중화되었고, (여전히 유럽에서는 비싸지만) 다른 정물과 마찬가지로 특정 의미보다는 단순 그림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서양에서는 사물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원근법이 발달하면서 정물화나 하나의 화풍으로 자리 잡았지만, 자연과 나와의 관계, 조화의 탐구를 중시한 동양에서는 17세기가 돼서야 정물화나 등장하기 시작한다. - 이전까지 동양의 미술사조는 시서화(詩書畵)를 중심으로 한 양반들의 문화였다.- 그마저도 똑같이 그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꽃과 벌레, 가구 등을 그렸으나 굴은 그림의 소재로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동양에서의 굴은 그림의 소재는 아니였으나 미술과 관련된 의외의 곳에서 사용되었다. 바로 안료로 사용한 것. 굴 껍데기를 빻아서 흰색 안료인 호분을 추출해 사용하였다. 호분은 현재까지도 동양화에서 흰색을 표현하는데 자주 사용되는 안료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그 사용법이 널리 알려진 재료이다.
안료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흔한 굴은 서양에서는 고급 식재료로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신선하고 품질 좋은 굴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굴' 천국 수준의 나라다. 2021년 생산량은 양식 포함 약 33만 4천 톤으로, 4면이 바다인 일본보다 한국의 생산량이 2배 가량 많다. 이는 한반도가 전 세계에서도 가장 좋고 넓은 갯벌이 존재하여 굴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콘텐츠는 마티스의 '굴이 있는 정물'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제철 굴을 맛보고 싶은 내 욕망에서 출발했다. 계절을 즐기는 방식 중 하나는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오늘은 꼭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굴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