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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Apr 22. 2018

여자라는 이름으로

-영화 [무스탕 - 랄리의 여름]

* 어떤 자물쇠든지 열 수 있는 열쇠는 마스터키라고 부르지만, 어떤 열쇠에도 열리는 자물쇠는 걸레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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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무살 무렵 사천이백원 정도의 시급을 받으며 일했던 어느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대학교4학년 쯤 된 형은 그렇게 말했다. 그 형은 아무 여자하고나 실컷 자면서, 아무 남자하고 실컷 자는 여자를 한심해했다.

이 영화는 그런 형들과, 그의 영향을 받은 나와 같은 동생들 때문에 만들어졌다. 형의 형. 아버지의 아버지. 그렇게 아주 먼 과거부터 걸레같은 열쇠들은 자물쇠를 걸레로 만들면서 살아왔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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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가 노예로서의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자신의 족쇄를 자랑한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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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의 자유투쟁을 방해한 사람들 중 꽤 많은 수는 노예의 삶에 적응한 흑인들이었다. 해방기를 그린 소설 '미스터방'에서는 일제강점기를 그리워하는 조선인 방삼복이 나온다. 그리고 랄리의 여름에는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은 본인의 억압된 삶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모든 여자들의 자유를 모두 억압하기로 한다. 새내기들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대학의 여러 행사들이 진행되듯이 세상은 그런 '잘 모르고 당한 후 떠넘기기' 의 방식으로 폭력을 대물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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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리의 여름은 끔찍한 사건들로 가득했지만 비단 여름에 한정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봄과 가을 겨울에도 랄리는 마찬가지로 랄리가 아닌 여자여야 했다. 나는 그녀를 응원했다. 나도 젠더감수성이라는게 좀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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