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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Oct 06. 2022

5Whys를 어디서 배웠나 했더니

PM Essay

도요타의 창업주 도요타 기이치로가 1945년 ‘3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자’는 목표를 제시했을 때, 도요타의 생산력은 미국 ‘포드’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랬던 도요타는 어떻게 2000년대 초반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를 합친 것보다 높은 주가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성공 배경으로 도요타식 혁신 사고 방법인 ‘5Whys’를 꼽는다.

5Whys 기법은 1950년대 도요타 공장장을 맡았던 오노 다이이치가 제시한 문제 해결 방법이다. 어떤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왜?’라는 질문을 반복해보라는 것인데, 이에 대한 유명한 사례가 있다. 도요타가 용접 로봇의 고장을 개선한 일이 그것이다. 


1. 용접로봇이 왜 멈췄을까?/ 회로에 과부하가 걸려 퓨즈가 나갔다.
2. 회로에 과부하가 왜 걸렸을까?/ 베어링이 충분히 미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3. 베어링이 왜 충분히 미끄럽지 못했을까?/ 로봇의 오일펌프가 충분한 오일을 순환시키지 못한다.
4. 펌프가 왜 오일을 순환시키지 못했나?/ 펌프 흡입구가 금속 부스러기로 막혔다.
5. 흡입구에 왜 금속부스러기가 막혔나?/ 펌프에 필터가 장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5 Whys' 기법과 사례를 읽으면서, 어쩐지 나는 새롭다는 기분보다는 익숙함을 강하게 느꼈다. ‘분명 이걸 배운 적이 있었는데 어디였더라?’ 기억 날듯 말듯한 기분이 한참이나 지속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을 감고 골몰해 있을 때, 감은 눈 속으로 어떤 장면이 점차 선명해지며 떠올랐다. 은은한 달빛, 잔잔한 바다… 아. 그 초소였다.

김포의 앞바다를 밤새워 지키던 나는 해안 GOP 경계병이었다. 사수와 함께 적막한 초소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피곤함과 지겨움이 파도처럼 번갈아 밀려왔다. 나도 지겨울진대 선임은 오죽하리. 그 막막한 지겨움을 견디기 위해서 우리 부대에는 사람을 말로 조지는 이른바 5Whys 갈굼법이 전승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대뜸 총을 가리키면서 부품명을 물어보는 것이다.

“서댐아, 이게 뭐야?”
“가늠쇠입니다”
“이건?”
“총열덮개입니다.”
“이건?”
“…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쓰는 총 부품 이름이 뭔지 몰라도 돼?”
“아닙니다. 알아야 합니다.”
“왜 알아야 되는데?”
“그래야… 총의 원리도 알 수 있고, 고칠 수도 있고…”
“총의 원리 알면 뭐 할 건데?”
“그… 총의 원리도 알고, 이름도 알아야 전시에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고…”
“전시에 소통을 왜 해야 되는데?”
“소통이 잘 안 되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해지면 어떻게 되는데?”
“그… 죽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총 부품 이름 하나 몰랐다가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어떤 근본적인 대화가 진행되는 것이었다. 선임은 일부러 ‘죄송합니다’라는 대답을 절대 못하게 하면서 나를 빙글빙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재미없는 대답을 하면 뭔가 재미있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이러한 스무고개는 끝나지를 않았다.

“응 틀렸어. 네가 부품 이름을 모르면! 나중에 나처럼 갈굴 수가 없어! 그러니까 열심히 외워-”

우리 부대 선임들은 모두 5 Whys의 귀재였다. 이 질문은 때로는 30Whys, 50Whys까지 진행되기도 하였다. “제가 태어난 게 잘못인 것 같습니다.” 어느 경우에는 그 수많은 ‘왜’의 끝이 내 존재 자체의 부정이 되기도 했다. 나를 괴롭게 했던 그 "왜?"의 역사가 1950년 도요타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니. 그 모든 행위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선임들의 깊은 뜻이었다니!

동원 예비군 마저 끝나버린 나는 뒤늦게 선임들의 깊은 뜻을 헤아리면서, 그제야 이마를 탁 치며 나도 모르게 감사의 인사를 내뱉게 되는 것이었다.

‘시발 개새끼들…’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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