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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Jun 26. 2017

자랑이 없는 삶

- SNS?

지인이 인스타를 참 좋아하는데 타인의 쏟아지는 행복을 보면서 초라해진다더라구. 가끔은 그 열등감으로 잠도 자지 못한대.


생각이 많아지더라.


내가 인스타나 페이스북과 멀어진 건 알 수 없는 불쾌감 때문이었지. 요즘에서는 SNS 의 그 치킨게임이 많이들 부각되잖아. 피로감.


자신의 삶을 과장하고 자랑하는 삶. 그러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자꾸 자신을 꾸며내는 거. 멋진 레스토랑이나 여행지. 침실이나 액티비티를 필터좋은 카메라로 찍어서 예쁘게 올려놓는 일.


사실 SNS 자체의 문제는 아닌것 같아. 자신의 생활을 예쁘게 보관하고 훗날 추억하기 위함이라면 그건 참 멋있는 취미야. 자신의 삶과 추억을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멋있어. 우리는 과거의 기억으로 구성되어있으니까. 그 기억들을 아름답게 남겨두는 건 좋은 것이지.


다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혹은 인정받지 않고서 자존감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 그건 스스로를 파괴하고 말거야.


달에게도 그림자가 있어. 우리가 몇천년동안 보아왔던 달은 물론 밝게 빛나지만 상상하지 못하는 그 뒷면은 어둡다구.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있지. 쇼윈도만 진열할 문제는 아니라는거지.


진정 익숙한 건 자랑하지 않게 돼. 집에 따뜻한 물이 나온다고 찍어 올리지 않는 것처럼.


어쩌면 무언가 특별함을 자랑한다는 건 그 특별함이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는 선언과도 같지 않을까. 매일 이렇게 멋진 음식을 먹지 못해요. 이렇게 좋은 여행지에서 지내지 못해요.


그러다보면 우리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 시시한 일상들이 너무 비참해질거야.


근데 우리 진짜 삶은 이력서에 적히지 않은 그 수많은 시시한 날들이라구. 그리고 우리는 그 시시한 일상을 뚜벅뚜벅 웃으면서 걸어가야 돼. 한번 뿐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시시함속에서도 웃음을 잃지않는 거울속의 내 얼굴이야.


더이상 자랑하지 않아도 돼. 하루하루 숨쉬며 시간을 음미할 수 있다는건 생각보다 즐겁고 소중한 일이고 나도 너도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인걸.


남들을 부러워할 필요도 자랑할 필요도 없이 시시한 일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자세가 우리에겐 더 필요해.


아픔을 더 들여다보고 때론 죽을만큼 괴로워하다가도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는 삶.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걸어가기.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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