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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Apr 24. 2024

오팔 안에 우주가 있다고

영화 <언컷 젬스>

영화: 언컷젬스(2020)
안에 뭐가 들었길래 이런 오만 가지 빛이 나지?
그러니까, 오팔 안에 우주가 있다고 하잖아. 그만큼 오래됐다는 뜻이고.

마지막 글을 무엇으로 쓸까 고민하다가, 문득 <언컷 젬스>가 떠올랐다. 도무지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보석상 ‘하워드’(아담 샌들러)가 욕망 때문에 망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그가 어렵게 손에 넣은 보석 ‘오팔’을 비싸게 팔려고 갖은 애를 쓰다가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욕망만을 좇느라 주변을 모두 놓치는 전형적인 인간을 정말 잘 보여준다.


인간은 왜 망할까?


<언컷 젬스>의 ‘하워드’가 그렇듯이, 사람은 욕망 때문에 망한다. 문인이나 종교인, 고위공무원, 정치인, 연예인들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 모두 비슷하다.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다가 평생 쌓아온 것들을 송두리째 잃어버린다.


어떤 독재자는 권력을 영원히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타락하다가,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다. 어떤 톱 배우는 아름다운 부인을 두고도 아이돌 출신의 여자를 꼬시다가 들통나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특별할 것도 없다. 엄청난 성취를 이루고도 작은 욕망 때문에 무너지는 사례는 클리셰처럼 수천 년간 반복되어 왔다.


크든 작든, 셀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욕망 때문에 스스로 망한다. 손쉽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망한다. 이성과 섹스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망한다. 타인을 교묘하게 이용해 날로 먹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망한다. 타인에게 대접받으려는 욕망 때문에 망하고, 벌이에 맞지 않는 명품을 두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망한다. 더 자고, 더 먹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망한다. 글쓰기 자체보다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 더 큰 사람들은 브런치에 잠깐 머물다가 상처 입고 떠난다. 그 또한 욕망 때문이다.


오팔 안에 우주가 있다고 하잖아. 그만큼 오래됐다는 뜻이고.


<언컷 젬스>에서 오팔은 우리의 욕망을 상징한다. 그 안에는 삼라만상이 다 들어있다. 이 세계를 움직이는 근본 법칙이다. 이보다 오랜 시간 동안 개량된 마음은 없다. 욕망을 해소해야 행복해지는데, 욕망을 좇으면 필시 불행해진다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조건이 가끔은 너무 혹독하게 느껴진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 바닷가의 조약돌처럼 감정 없이 구르다가 죽어야 하나? 바닷물을 퍼마시다 탈수로 죽어야 하나? 그 사이의 균형이라는 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여전히 모르겠다. 쏟아지는 욕망을 열심히 참아내는 것으로, 큰 파멸을 간신히 피해 가면서. 잘 버티는 것 말고는 별 도리가 없는 것 같다. 욕망에 눈멀지 않고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최선일 것이다.


여자친구에게 ‘세상 모든 사람은 결국 욕망 때문에 망하는 것 같다. 그것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그런데 잘 안 써진다.’고 했더니. 심플한 대답이 돌아왔다. ‘욕심을 버려야지. 쓰려는 글도 그게 요점 아니야?’ 그렇다. 글쓰기가 망하는 것도 욕망 때문이었다. 욕망에 대해 쓰려는 사람도 욕망 때문에 망한다니, 욕망이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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