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가끔 새로운 것에 혹해, 새것들은 반짝이니까.
'신상녀'라는 단어가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유행의 최전선에서 시즌마다 신상품만을 걸치고 다니던 셀럽들. 미디어에 노출되는 동안 만인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유행이 지나면 아울렛 가판대에서 염가로 판매되는 '신상'만큼이나 '신상녀'라는 단어도 빠르게 낡아버렸고, 이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말이 되었다.
'신상'은 예전처럼 멋있지 않고, 이제는 모두가 ‘신상'이 '최고'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안다고 해서, 새것을 선망하는 마음까지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 성능이 좋아서 혹은 더 예뻐서 새로운 물건을 사기도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새것이 새것이기 때문에 소비하며 살아간다. 바꾸고 또 바꾼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의 '마고'(미셸 윌리엄스)도 새것에 현혹되는 자다. 그녀에게는 이미 더할 나위 없는 남편 '루'(세스 로건)가 있다. 유쾌하고 자상한데 요리까지 잘하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배우자다. 둘은 큰 갈등이나 어려움 없이 번듯한 주택에서 각자의 일에 매진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쯤 되면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충실해야 할 것 같지만, '마고'는 새롭게 이사 온 남자 '대니얼'(루크 커비)에게 흔들리고 만다.
'대니얼'은 '루'보다 좋은 남자라기보다는 단지 새롭기 때문에 매력적인 남자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마고’는 안정된 삶을 불구덩이에 기어코 밀어 넣으려 한다. '마고! 정신 차려! 루 같은 남편 만나기가 쉬운 줄 알아? 너 실수하는 거야!' 그녀의 어깨를 흔들며 말리고 싶어 진다.
수영장의 공동 샤워장에서 '마고'의 친구는 따분한 결혼생활에 대해 한탄한다.
"가끔 새로운 것에 혹해, 새것들은 반짝이니까."
그 얘기를 듣고 대답하는 쪽은 반대편의 나이 든 여인이다.
"새것도 결국 낡아요."
이렇게 명확한 지침을 듣고도 깨닫지 못한 걸까.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머리를 헹구던 '마고'는 이후로도 내내 갈팡질팡한다. 결국엔 '루'라는 권태를 버리고, '대니얼'이 주는 흥분을 택하기로 한다.
그녀에게는 어떤 삶이 펼쳐졌을까? 바라던 대로 로맨틱한 미래가 마중했을까? 그렇지 않다. 그녀의 표정은 곧 권태로 가득해진다.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를 뒤늦게 실감하는 표정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아찔하다.
부자가 돈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젊은이의 생생함이 필연코 시드는 것처럼. '새것'의 정체성도 언제나 위태롭다. 새롭다는 상태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고, 모든 새것은 가지기 전까지만 새것이며, 예외 없이 헌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가. 싱싱하고 반짝이는 새것을 보면서, 낡아버린 미래를 상상한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