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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Mar 13. 2024

난 아름다워!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영화: 아이 필 프리티(2018)


난 아름다워!


솔직히 그동안 너무 겸손했다. 되도록 뽐내고 싶지 않았지만… 내 매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온 것 같다. 그간 모자란 친구 같아서 친근하게 바라보셨던 분들은 뒤늦게 거리감을 느끼실 수도 있으니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란다.



내 진짜 매력이라면 대부분 소프트웨어에 있겠지만, 사실 하드웨어부터 심상치가 않다. 92년생 평균키를 여유롭게 상회하는 176cm의 키에, 72kg의 몸무게, 35kg의 골격근량, 14.5%의 체지방률, 넓은 어깨, 두꺼운 팔뚝에 잘록한 허리. 아무튼 보기 좋은 몸이라는 얘기다. 이목구비는 특징 없이 무난한 편이지만, 요즘 남자에게 무난한 얼굴은 단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덕이 아닐까 한다.


시서화(詩書畵)에 두루 능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다. 괜찮은 글빨로 브런치에서 상위 0.1%에 해당하는 47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학시절 교내 문학상에서 시부문 금상을 받은 경력도 있다. 배운 바 없이 그림도 꽤 잘 그리는 편이다.


글도 쓰지만 사실 말도 잘한다. 잡학다식 하고, 순발력이 좋다...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겠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데 부담이 없어서 늘 발표를 도맡으며 살아왔다. 전천후로 이용가능한 이야기보따리가 있으며, 아뿔싸 유머도 겸비한 바람에 누구와도 편안한 스몰토크가 가능하다.


기타 치고 노래를 부르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대학시절 음악 동아리에서는 늘 베스트 멤버에 들었다. 결혼식 축가도 열 번 이상 불러 보았고. 어릴 때부터 작사 작곡을 즐겨해서, 지금까지 만든 자작곡이 40곡이 넘는다. 그중 일부는 홈레코딩 후 작곡프로그램으로 직접 믹싱을 했다.


오랜만에 어떤 모임에 나가면 나도 몰랐던 나의 미담을 뒤늦게 찾아 듣곤 한다. 아니 내가 그런 멋진 말을? 아니 내가 그런 멋진 일을? 참 사려 깊고 따뜻한 사람이로군. 스스로의 멋짐에 조용히 감탄한다.


사람이 좀 정의롭다(푸하하). 불의에는 대체로 저항했고 비굴하게 누구의 비위를 맞추지 않고 지냈다. 후배나 동생들에게 허세를 부리거나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았으며, 베푸는 데 인색한 적이 없고, 줄 수 있으면 대부분 그냥 주었다.


헤실헤실 웃고 다니는 바람에 사람이 가볍다는 평가도 종종 들었지만, 브런치에 쓴 에세이들이 그렇듯이 늘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에 대해 탐구하고 사색했다. 유쾌함과 진중함을 겸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밖에도 셀 수 없지만, 지면 관계상 이쯤 해두기로 한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의 ‘르네’(에이미 슈머)는 피트니스센터에서 꽈당 넘어진 후 마법처럼 자신이 아름다워졌다고 착각한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뻔뻔하게, 연예인이라도 된 듯 행동한다.


그런데 그 마법은 르네 자신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그녀가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정의한 이후부터 그녀는 정말 매력 있는 사람이 된다. 흔한 이목구비에 뚱뚱한 몸매는 그대로지만, 당당한 태도와 스타일링으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한다. 그녀의 자신감은 더 이상 억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르네를 보면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매력은 당당함에서 비롯된다는 것,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에게도 사랑받는다는 것, 자신감에는 근거가 필요 없다는 것 등등.


그러니까 우리도 가끔은 르네처럼 거울을 보며 외칠 필요가 있겠다. “난 아름다워!” 하면서.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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