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1월호 주제는 '나를 표현하는 세 가지 단어'입니다.
뽀로로
‘노는 게 제일 좋아’를 매일 외치는 뽀로로를 보면 꼭 내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든다.심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재밌는 걸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뽀로로는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적당히 유치하면서, 적당히 재밌는,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놀기를 원한다. 가끔은 이 까다로운 입맛을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지 막막하지만 오늘도 내 안의 뽀로로를 지켜주려고 한다. 마음껏 놀고, 또 마음껏 즐거워할 수 있도록!
스파크
‘와! 머리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아!’
가끔 그런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다. 눈이 커지고, 무언가 즐거운 생각이 날 때, 나는 머리에 스파크가 튀는 이 순간을 사랑한다.
이 하나하나의 불꽃은 내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죽기 직전까지 이런 반짝임을 갖고 살 수 있다면 즐거운 불꽃으로 살다 간다고 회고할 수 있겠지. 이 불꽃 튀는 삶을 오래오래 즐기기 위해 오늘도 나를 반짝반짝 닦아본다.
예민함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볼 때면 가끔 저건 내 어릴 적 이야기잖아?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민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육아 난이도가 꽤 높았을 것이다.
그 당시 새로 다니게 된 유치원의 선생님은 화가 많았고, 자주 소리를 질렀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너무 끔찍하게 들리는 바람에 나는 그 사람이 말할 때마다 귀를 막고 웅크려 있었는데, 그 모습이 보기 싫었는지 선생님은 어느 날 나를 어두운 방으로 끌고 가 몇 차례 때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헛구역질이 나왔고, 나도 화가 나서 선생님의 손을 물어뜯어놓았다.
유혈사태가 벌어진 후에야 엄마는 시끄러워서 유치원에 안 가겠다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웃긴 에피소드이지만, 사실 소리, 촉각, 맛, 향, 사람들의 감정 하나하나가 다 크게 다가왔던 나는 힘든 경험이 한 둘이 아니었다. 온갖 불편함과 신경성 증상을 컨트롤하느라 하루가 다 갔고, 짜증이 많았다.
나는 감당하기 힘든 나의 예민함이 너무 싫었기에, 그걸 억지로 무시하거나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데 왜 너만 그러냐며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다.
그리고 도저히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느낀 어느 날을 기점으로, 내 예민함을 어떻게 다뤄내야 하고, 또 어떤 식으로 이 특성을 활용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극이 많은 상황에서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방법을 배웠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완전히 이완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연습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예민함을 아주 사랑하게 되었다. 나를 표현하는 단어에 빼놓지 않고 적을 만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즐거운 일들은 다 내 예민함에서 비롯된다. 소리에 민감했기에 들었을 때 편안한 음향을 제작할 수 있었고, 타인의 고통과 기쁨을 크게 느꼈기에 상담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감각 자극은 창의성이 되어 독창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내 모습이 나를 가장 즐겁게 하다니!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