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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당 개 n년 차 Mar 11. 2024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12. 습관을 만들어가며 일어난 감성

 너무 여유롭지 않은가?(사실 '파리 사람들의 여유'가 더 느껴지는 사진을 쓰고 싶었는데, 마땅한 것이 없었다.) 파리를 여행하면서 친구들과 나는 섬세하게 미리 짜놓은 일정에 맞추기 위해 항상 빠른 걸음이었는데, 그들은 항상 적당한 곳에 누워있었고, 너무 여유로워 보였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관광객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파리 시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여유롭고 조금 과장해서 태평해 보였다. 파리에서 묵었던 민박의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파리는(도시 파리만 그렇다고 하셨는지, 프랑스 전체를 말씀하셨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매년 여름 7월에서 8월, 거의 2달이 되는 기간을 누구나, 어느 기관이든 기업이든 정말 '다 같이' 쉰다는 것이었다.(내 기업을 만들어 갈 입장에서 너무나 파리의 기업들이 걱정된다.)


 "정말 다 쉴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질문을 미리 예상하기라도 하신 듯 정말 '다' 쉰다고 민박 사장님께서 덧붙이셨다. 아무리 거의 10년 전이라고 해도 한국에서도 종종 여름이나 겨울엔 번갈아가며(이게 중요하다.) 며칠 씩 쉬곤 했는데, 정말 다 같이, 일주일 이주일도 아닌 한 달 두 달을 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너무 말이 안 된다.(한국의 상식만 그런 것인가?) 그런데, 정말 한국의 상식이 그런(?) 것 같다. 일을 안 한다는 것이 아주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어른들부터 아랫사람들에게까지 자연스레 깔려있는 것 같다.(일본과 대만도) "정말 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은 조심스럽지만 "아니다!"일 것 같다. 당장 내가 여행했던 파리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한국의 어느 기관, 기업에 대입을 하더라도 아주 엄청난 재앙(?)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솔직히 반례가 있지 않을까..? 나도 역시 한국인이다..) 다만, "한국사람들의 '쉼'이 다소 많이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엔 반례가 없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심리학자, 아주대학교의 김경일교수님은 세계 심리학자들에게 한국인들은 아주 특별하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같이 언급한 일본, 대만과 비교해도 '가장 쉬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일하는 시간, 쉬는 게 아닌 노는 시간까지 고려했을 때, 나오는 통계라고 한다.) 물론, 누군가에겐 허황되고 배부른 소리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치열하게 일하고 노는 그 와중에 조금 더 인지해서, 신경 써서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래도 내가 여행을 다녀온 시기와 비교해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내 주변만 해도 일, 이주일, 한 달까지도 휴가를 써서 여유를 갖거나 놀러 가는(쉬어야 한다.) 사람들이 늘었다. 물론, 그들이 속해있는 기관, 기업들이 함께 변해 그들을 도와주어 가능해진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모든 일의 정수는 '열심히 하는 것'이다.(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의 기준을 오로지 시간(일의 양)에만 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잘 쉬는 것도 능력'이라는 말을 어른들이 간간이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나부터 실행할 것이다.(내가 만들 기업에도!) 모두 이 글을 읽는 잠시나마 "내가 잘 쉬고 있는가?"를 자신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일하는 시간은 못 줄여도 노는 시간은 분명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내 기업을 만들고자 목표를 바꾸며 많은 생각들을 했다. 내 생활 스타일(?)에 대해 특히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했다. 먼저, 내 대학원에서의 생활을 조금 얘기해 보면 그렇게 빠르지도 않은 출근시간(오전 10시였다.)을 겨우겨우 맞춰 일어나고 오전, 오후 시간엔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업무들을 처리하거나 영화나 짧은 영상들을 보며 시간을 때웠다. 또 틈틈이 선잠으로 부족한 잠들을 보충 했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아주 정신이 맑아져 중요한 일들에 집중했다.(실험, 논문 작성) 중요한 일들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도 종종 새웠다.(정말 자주 새웠었고, 습관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잠깐 쉬는 기간에도 그랬고, 몇 달은(거의 1년 정도였던 것 같다.) 급한 일이 없을 때에도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그렇게 생활 스타일이 이어지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 했던 것 같다. 사실 대학원에서 나름 성과도 잘 나왔었고, (상대적인 지표들을 비교했을 때,) 나에게 '이 생활 스타일(?)'이 잘 맞는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다만, "주변의 사람들과 조금(?) 시차가 있으며,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단점이 있는 것 같았다.(대학원 때, 건강이 안 좋았던 것 사실이지만, 운동을 조금 하면서 다시 좋아졌고, 충분히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우연하게도(?) '몰입'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으며, 앞의 우세했던 생각들은 완전히 뒤집어졌고, 자연스럽게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아직 완벽하지 않으며, 노력하고 있다.) 미하이의 책에 이어 황농문 교수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몰입'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이내 "이대로는 몰입을 계속 잘 해낼 수 없으며, 몰입을 계속 꾸준히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절실해졌다.) 이 감성을 일으킨 것은 황농문 교수님의 '슬로싱킹'에서 마지막 장을 여는 한 문장이었다. 저명한 코칭 전문가의 말이었다. "꿈, 목표는 오르막길을 따라가는데, 지금 너의 행동, 습관은 내리막길인 것인가?" 책에서 전반적으로 주장하는 '건강하게 몰입하기'의 시도를 매우 자극하는 한 문장이었다. 이 문장을 기점으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직도 꽤 완벽하지 않다고 느낀다. '슬로싱킹'의 주제 그대로 '건강'과 나의 '몰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자주 새로운 생활 스타일(?)의 힘을 느낀다.(직관적이지만 이전보다 더 좋다. 더 '건강'하고, '몰입'을 잘하는 것 같다.) 또다시 지신(知新)에만 신경 쓰는 내가 부끄러워지는 밤이다.


처음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엔 습관이 우릴 만들 것이다.
-존 드라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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