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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당 개 n년 차 Mar 04. 2024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11. 몰입을 더 찾아보다가 일어난 감성

 그냥 보면 파리에서 송아지고기 스테이크가 되게 맛있는 식당의 주방장 아저씨이다. 그리고, 실제로 송아지고기 스테이크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다만, 조금 찝찝했을 뿐이다. 왜냐하면 사진의 주방장 아저씨가 매우 한국어를 잘하셨으며, 식당 안엔 한국인뿐이었다. 이것이 어떻게 이유가 될 수 있는지는 사실, 나도 처음엔 잘 몰랐다. 우리가 프랑스 파리부터 이탈리아 로마, 그리고 남부투어까지 일정을 소화하면서 마지막 남부투어 중, 현지에서 생활하시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우리의 여행 방식이 다소 잘못됐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일부분에 대해서, 물론, 여행은 전반적으로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아차렸다면, 현지 음식점을 초록창에서만 검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당연히, 현지 사람들이 외국인인 한국인들보다 잘 알 것이다. 물론,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은 한국인이 더 잘 정리해 놓았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문화의 차이'를 더 느끼고 이해하고 싶은 입장에선 조금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그에 대한 예시 중, 하나가 사진의 식당 주방장 아저씨인 것이다. "한국인이 얼마나 자주 왔으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잘하실까?", "현지 스타일에 맞는 요리가 나온 것일까?", "현지 스타일의 요리였지만 많은 한국인 방문으로 바뀌진 않았을까?" 물론, 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었고, 좋았다. 하지만, '문화의 차이'를 제대로 느끼고 싶었고, 지금에서야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더 단적인 예시가 있다. 우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아메리카노'를 정말 맛있게 하는 '카페'를 찾아다녔다. 이 행위가 아주 조금 더 커피에 대해 알게 된 지금, 매우 바보 같다는 사실을 장담할 수 있다. 커피를 전통적으로 좋아하며, 역사가 깊은 나라들(예를 들어, 호주, 이탈리아)에선 '아메리카노'라는 메뉴 자체가 커피에 물을 타먹는 행위에 대한 비난이었던 것이다.(미국사람들을 비꼬는 단어로써 뒤에 '노'만 붙이지 않았는가..) 그리고 또, 유럽에선 한국의 흔한 '카페'를 '카페'라 부르지 않고, '바(bar)'라고 불렀던 것이다.('Cafe'라는 단어보다 'Cafeteria'가 주로 보였으며, 커피를 파는 곳은 많지 않았다.) 수도 없이 지나쳤던 '바'들을 보면서 "유럽은 역시 술과 매우 친밀한 나라구나!"라는 생각만 했다는 게 너무 우스웠다. 이러한 얘기들을 이탈리아 여행까지 다 마치고, 마지막 남부투어를 하면서 가이드에게 들었다.(너무나도 아쉬웠다.) 나를 더욱 아쉽게 했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이탈리아의 '바'들은 전부 자기 가게만의 원두를 사용해요. 그래서 모든 '바'의 커피는 맛이 다르고,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 너무나도 어려운 구조예요." 커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너무 아쉬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바'라는 곳을 호기심에라도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은 나에게 질책하고 있다.


 몇 주 전, 작성한 '시작에 대한 감성'글을 떠올리게 된다. 너무나 많은 준비가 불러온 참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물론, 여러 식당을 비교하고, 찾아다니는 수고는 거의 없었으며,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문화의 차이'를 아주 잘 느낄 수 있는 식당도 많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유럽여행은 전반적으로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으며, 많은 것을 배운 여행이었다. 다만, 다시 간다면 파리에선 미술관, 이탈리아에선 '바(bar)'를 최대한, 사전조사 없이 많이 찾아다닐 것이다.(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스위스도 갔었다. 스위스에선 어떤 것들이 아쉬웠는지, 다시 가서 어떤 것들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지 않은가?)






 바로 전의 글에서 '몰입'에 대해 알게 된 감성을 적었었다. 미하이의 책 '몰입의 즐거움(원제: finding flow)'를 읽으면서 '몰입'은 나 같은 꼰대(?)들이 얘기했던 '노력'의 동음이의어라는 것을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몰입'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싶어 졌다.(하고 있었더라도 알고 하고 싶어 졌다.) 그러면서, 관련된 여러 자료들과 책을 찾는 와중에 국내에도 '몰입'에 관련하여 저명한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의 황농문 교수님이다. 황농문 교수님은 '몰입'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심을 가지셨으며, 교수님만의 방법론도 정립하셨으며 그 과정에서 매우 많은 노력과 관련 공부, 연구도 진행하셨다.(국내외 뇌과학자들과의 연구도 진행하신 바 있으며, 미하이와도 직접 만나 의견을 주고받으셨다고 한다.) 황농문 교수님의 책을 세 권정도 읽었는데, 먼저 읽진 않았지만 가장 먼저 출판되었고, 황농문 교수님이 생각하는 '몰입'의 정의와 방법에 대해 먼저 접근할 수 있는 '몰입, 2007', '몰입, 두 번째 이야기, 2011'의 내용에서 온 감성을 얘기하려 한다.


 바로 직전의 글에서도 '몰입'은 일종의 '노력'하는 방식이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미하이와 마찬가지로 황농문 교수님도 같은 의견을 주장하신다. 심지어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말이다. '페르마의 정리' 페르마를 아는가? 교수님은 페르마가 정말 뛰어난 천재, 머리가 정말 비상해서 문제를 풀어냈다고 말하지 않는다. 실제로 페르마는 해당 문제를 푸는데 7년이 걸렸다고 한다.(상상이 되는가? 기대수명이 더 짧았던 당시에 7년이란 시간을 단 한 문제에 바쳤다는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도 아주 흥미로운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어떻게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 낼 수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며칠이고 몇 달이고 하루종일 그것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요." 운전을 하면서도 물리학을 생각했던 세기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평생을 하루 19시간을 수학을 생각하며 1,475편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문의 양으로 후학을 자극한 폴 에르되시라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분들을 근거로 제시하셨다. 나도 매우 좋아하는 근거들이다.(내가 정말 좋아하는 물리학자, 수학자들이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면서 노력의 끝을 정의하면서 즐겨 말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KFC의 창립자이다.(KFC의 로고를 보면 할아버지 그림인데, 창립 당시 창립자의 초상화를 그린 것이라 한다.) 70이 넘는 나이가 되도록 치킨 하나만 고민하고 고집하고, 노력하여 성공했다.


 다만, 난제의 해결, 위대한 이론의 정립, 기업의 성공 만을 생각하면 앞의 이들처럼 노력하는 것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생존'이 이루어진 후에 '성공'도 '행복'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물리학자, 수학자라면 먼저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의 안정적인 상황에서 '몰입-노력'해야 하며,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면 먼저, 처음부터 돈이 벌리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위 근거들, '몰입'에 대한 시작을 가슴 뛰며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교수님의 책에선 비슷한 맥락으로 '건강한 몰입'에 대해 설명하셨다.(그렇다면 일방적인 '몰입'은 건강하지 않은가?) 그렇다. 일방적인 '몰입'은 건강하지 않고, 우리가 들어왔던 저명한 과학자, 예술가, 기업가들은 단명했다는 것이다.(교수님이 사람들이 와닿지 않을까 본인의 대학원 시절의 경험을 말씀해 주셨고, 실제로 나도 경험했던 것들이라 다소 놀랐다.) 가벼운 불면부터 편집증, 환각, 환청 등의 증상이 과거의 사람들에 많이 나타났다고 했다. 점점 나는 심각해졌지만, 간단한 해결방법을 보고는 곧 안도(?)를 할 수 있었다. 진정한 몰입이라는 것이 자는 순간까지도 몰입을 하게 만드며, 숙면까지 방해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이 숙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꾸준한 운동'을 제시하셨다.(마침 대학원생 때의 안 좋은 수면 습관을 고치려 노력 중이었다.) 정말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다소 절박했던 나에겐 동굴 속 한 줄기 빛과 같은 느낌이었고, 지금까지 꽤 효과를 보고 있다.(매일 수영을 꾸준히 하고 있다.)


 '몰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글을 쓴다면서 '몰입의 위험성(?)'에 대해서만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 같다. 하지만, '몰입'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들을 내가 쭉 늘어놓더라도 결국 선택권은 누구나 본인이 가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두서없이 장황한 두, 세 번째 문단이 정말 중요한 얘기들이라 생각하며, 진짜 구체적인 '몰입의 방법'은 한 번 책들을 읽어보길 권장한다.(바쁜 사람들은 인터넷을 조금 뒤져보아도 많이 나올 것인데, 그래도 책을 읽어보고 제대로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감성 글이 주제이니 만큼, 나의 감성에, 독자들의 감성에 더 자극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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