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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당 개 n년 차 Apr 29. 2024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16. 죽음을 떠올리며 일어난 감성

 다시 두바이 사진들을 꺼내본 김에 위 사진을 꼭 올리고 싶었다. 두바이 공항을 빠져나와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띌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르즈할리파'라는 건축물이다. 사진에도 잘 담기지 않는(내 사진촬영의 기술적인 문제일 수 도 있다.) 이 건물은 정말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사진만으로도 실제로 보았던 기억 덕에 그때의 감성이 어느 정도 떠오르지만 천천히 사진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실물에서 느꼈던 그 감성을 느낄 수는 없다.(이 또한, 내 기술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부르즈할리파'는 2009년에 완공된 마천루이며, 2024년 현재를 기준으로 가장 높은 마천루이니, 당시 세계적으로 관심이 매우 뜨거웠던 기억이 있다. 특히, 한국의 건설사가 주계약자로 건축을 맡아 한국에서 더욱 화제가 됐었다.(나는 당시 꽤 어렸고, 아는 유명한 건설사를 갖고 있는 그룹을 '두산'밖에 몰랐는데 성인이 되고 두바이에서 찾아보고 나서야 '삼성물산'에서 건축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간이 꽤 지난 2016년도에 두바이에서 '부르즈할리파'를 직접 보았을 때는 '누가 지었는가?', '누가 디자인했는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부르즈할리파 그 자체에 충격과 감동을 받았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그 당시 일었던 감성을 천천히 떠올려 보았을 때, 작년에 읽었던 마케팅 서적 '퍼플카우'가 생각났다. 마케팅의 대가 '세스 고딘'의 "광고는 죽었다."라는 충격적인 메시지가 떠올랐다. TV광고와 같은 매스 마케팅에 이어서 요즘 매우 활발한 SNS 등의 플랫폼이나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이제 유명무실하며, 개인이든 기업이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뛰어난 아이템을 만드는 일'밖에 할 일이 없다고 했다. 두바이의 부르즈할리파도 '뛰어난 마천루'이기 때문에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국에서도, '유명한 한국 건설사가 지어서'라는 사실이 부르즈할리파의 홍보에, 마케팅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을까?




 작년에 읽었던 책 중에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을 통해 조심스럽게 주제를 꺼내보려 한다. 처음엔 '유명한 사람들의 비법'이라는 주제를 보고 여타 자기 계발 서적들과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창업교육을 들으며, 주변에서도(최근 아버지의 서재를 쇼핑(?)하다가도 발견했다.) 많은 추천을 받았으며 작년에 애용한 밀리의 서재(지금은 종이책으로만 읽는다.)에서 마침 개정판을 접할 수 있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거인(타이탄)에 비유하여 그들의 무기(도구)를 61가지나 상세히 서술한 책이다. 나는 61가지의 도구들 중, 단 한 가지라도 나에게 감성을 일으킨 것을 나의 무기로 만들고자 책을 읽어나갔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자 다짐하고 읽고 본 많은 책과 글에서도 말하듯이) 당연하게도 독서와 글쓰기는 강력한 무기였고, 명상, 일기, 계획 메모 등이 나에게 꽤 감성을 가져다주었다. 그중 나에게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감성을 일으킨 내용은 '죽음을 인지하는 것'이라는 무기였다.


 저자는 "당신이 내일 죽는다면 어떤 일을 하실 건가요?"라는 식상할 수 있는 질문으로 서술을 시작했다. 나는 스피노자의 식상한(?) 사과나무 명언을 떠올리며 읽어나갔는데, 저자의 다음 질문에서 적어도 10초는 책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왜 그 일을 지금은 못하시나요?" 식상한 첫 질문엔 어떻게든 대답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정말 두 번째 질문엔 어떠한 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데, 왜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가 없냐'는 메시지였다. 전 세계 사람들에 귀감이 되는 '올 스피시즈 재단(All Species Fundation: 전 세계의 모든 종을 파악하는 비영리단체)'을 만든 '케빈 켈리'는 자신의 예측 수명을 바탕으로 자신의 '앞으로 살 날'을 상기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무려 17살의 어린 나이일 때부터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나는 내일 죽을 수도 있으니,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자."라는 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혹자는 이 때문에 스티브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일들을, 뛰어난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 계획'을 세운다. "젊을 때, 회사를 다니거나 장사,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안정적인 노후 대비가 된 후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나 또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주로 미래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수단'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고 싶은 연구(지금은 사업)를 위해 현재는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하고 싶은 것에 대한 생각은 많이 배제시켰다.) 일단 현재에 '안주'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왜 미래의 '그 일', '하고 싶은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는 것인가? 정말 '할 수 없어서'가 그 이유인가?"라는 질문을, 나에게 자꾸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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