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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당 개 n년 차 Apr 08. 2024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15. 영웅 탄생의 비밀을 듣고 일어난 감성

 파리의 사진들만 찾아보다가 파리여행 앞쪽의 두바이 사진들을 다시 들추어 보았다. 나도 처음엔 저렇게 찍힌 덕에(독특한 철장으로 가려진 트램을 타면서 밖의 도로를 찍은 사진이다.) 못 알아보다가 제대로 다시 보고 그때의 감성이 떠올랐다. 사진에 보이는 그대로 두바이의 도로이다. 사실 밖이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지나가는 밖이 도로라는 말을 듣고 겨우겨우 저 정도의 사진이라도 찍어냈던 것 같다. #2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두바이의 자본력(?)에 놀랐고, 이전부터 들어온 두바이의 도로(?)에 대해 생각이 나 꼭 제대로 담아가고 싶었다.


 독 3사의 차들이 기본으로 달리며, 슈퍼카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곳이 두바이의 도로라고 들어오고, 사진들을 봐 왔는데, 적어도 내가 예상한 도로의 모습은 아니었다. 환상적인 도로는 아니더라도 억(?) 소리 나는 차를 한 대 정도는 기대했는데, 위 사진들도 밖을 한참 살피다가 포기하고 찍은 사진들이다.

 

 "정말 뭐든지 시도해 보고, 실행해 보고, 겪어보기 전에는 '진실'을 알 수 없다."라는 문장이 문득 다가왔다.(그때의 내 감성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정말 '진실'을 알 수 없었을까?"라는 질문도 떠오르게 했다. 적어도 나만 돌아봐도 차에 별로 욕심이 없으며, 나중에 돈이 너무 많아져도 막상 슈퍼카를 타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아시타비(我是他非: 내로남불의 사자성어이다.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되기도 했었다.)가 무섭다.


 무엇이든 '진실'을 알기 위해선 겪어봐야 하거나 적어도 그 상황에 이입해 느껴봐야 하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가 그만큼 어려워 오히려 직접 겪어보는 것이 빠르다는 말을 옛 어른들께서 해온 것이라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요즘 내가 읽는 책이나 관심사가 온통 '경영', '기획', '마케팅' 이런 것들에 집중돼 있으니, '기획'에 대해 읽을 책을 예로 들어보려 한다. '기획은 결정이다'라는 일본의 유명 방송국 PD, 기획자가 쓴 책인데 기획에 있어서 결국 중요한 것도 기획의 대상, (방송의 시청자든 사업의 고객이든) 마케팅의 대상의 입장에서 역지사지가 중요한데, "가장 먼저 '나, 자신'을 대상으로 기획해 보라."라는 권유를 하면서, 적어도 그 기획은 '1명을 대상으로는 100% 성공하는 기획'이라는 다소 허무한(?)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돌이켜봤을 때, 주변의 역지사지의 중요성(대인관계든 사업이든)과 함께 자주 들은 "그것은 너만의 생각이다."라는 말을 천천히 곱씹어보면 '기획은 결정이다' 작가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였다. '너만의 생각'은 그 무엇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것도 건너뛰고 나온 '생각'이라는 결론을 혼자 조용히 내다.






 오랜만에 화남금녀 교수님(#2, #3에서 등장)으로부터의 또 하나의 감성 떠올라 글을 쓰게 되었다. 수업을 일찍 마치시고 역사적으로 철학부터 공학까지 발전해 온 이야기(정말 흥미로웠다.)를 하시면서 해주신 말씀이었다. 세상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에 대해서 말해주셨다.


 문명이 발달하여, 철학부터, 종교가 발달하고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라고 덧붙이며 말을 이어가셨다. 영웅은 세상이, 사회가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 영웅으로 칭송되는 그 사람이 비범하고 훌륭한 면모도 물론 있겠지만, 대게는 사회의, 세상의 결정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었다. "영웅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평소에 자주 들었던 것 같지만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어서 교수님의 '정신병자' 예시를 듣고 나서 작은 충격과 함께 설득이 되었다.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처럼 나를 제외한 세상 사람들이 다 미쳤고, 정신병자라면 결국 내가 '정신병자'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머리에도 가슴에도 너무 와닿았다. 부정적인 예시라 더 충격적이고 효과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매우 일리 있다고 생각했고, 세상, 사회에 따라 같은 사람이 '영웅'이 될 수도, '정신병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혹자들은 자연스레 "그럼 결국 나의 노력이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인가?"라는 부정적인 의견들을 쏟아낼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유전자만능론'이라는 단어가 꽤 유명한 것으로 안다. 어떤 분야에 있어서도(심지어 가정환경, 인생의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라는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한다. 앞서 화남금녀 교수님의 이야기와 비슷한 흐름의 주장이지만 난 오히려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 이 문장 자체엔 전혀 동의를 못 한다.


 '유전자만능론'을, '영웅탄생론'을 예시로 환경, 사회, 유전, 운과 같은 요인들이 우리에게 있어서 꽤 많은 점유를 갖고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결국 이 많은 점유들이 우리의 '결과'를 가져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위의 '불공평함'들을 인정하면 자연스럽게 '방법'들이 떠오를 것이라 나는 너무나도 믿는다. 아직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현대그룹의 정주영 초대회장님의 말을 빌려 질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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