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당 개 n년 차 Jan 01. 2024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2.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유럽이 아닌 것 같은 위 사진은 두바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첫 해외여행이었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갈구했었다. 때문에 유럽으로 가는 직항 비행기를 타지 않고(심지어 직항이 더 쌌다.) 두바이를 경유지로 하는 항공권을 끊었다. 처음 간 유럽도시는 파리가 맞지만, 처음 간 해외도시는 사실 두바이었다.


너무 더웠다. 정말 '옷을 입고 사우나를 들어가는 느낌', 이 표현이 딱이다. 두바이에 대해 처음 설명할 땐, 빼먹지 않고 하는 표현이다. 미친 듯한 더위도 물론 감성을 일으키기 좋은 환경이었지만, 나에게 감성을 더 강하게 일으켰던 것은 두바이의 '자본력(?)'이었다. "두바이에서 구걸만 해도 한 달에 몇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이 체감이 되었던 것은 공항부터였다. 압도되는 크기(인천국제공항이 세계 1위라지만 못지않았다.)의 공항이 어느 곳이나 시원했다.(전기세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트램을 타려고 정류장으로 가면서 정류장까지도 실내로 이어져 있어 시원해서 너무 신기했다. 바깥이 궁금해서 나가보지 않았다면 두바이의 더위를 체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진으로 전부 담기 어려웠던 '브루즈 할리파', 말도 안 되는 크기와 모양의 인공섬, 잠깐 들르는 도시였지만 위 사진의 인공섬을 봤을 땐, 두바이에 따로 휴양하러 오고 싶었다.(겨울에 가면 한국 가을정도의 날씨를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중동의 강한 '자본력(?)'을 가진 나라들의 원천은 주로 석유이다. 앞으로 몇십 년 뒤면 석유가 없어진다는 뉴스가 나오거나 앞다투어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전기차를 내놓고 있더라도 아직 석유의 위상은 건재해 보인다. 다만, 기계공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레 에너지 분야에 대해 많이 접할 수 있었고, 공부도 했는데 에너지의 변화는 석유의 고갈이든 환경적인 문제를 생각하든 필연적이다.(아직 이렇다 할 대체재가 없지만) 최근 해프닝으로 끝난 고려대학교의 연구였지만 얼마나 전 세계적으로 학계가, 업계가 뜨거웠는가? 만약 내가 다시 연구를 하게 된다면, 에너지에 대해 좀 진하게 연구하고 싶다.(인류에 기여하고 싶다는 야망이 있다.)




'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적어도 남자들은(내가 남자니까) 내 혈액형, MBTI의 특성을 인터넷이나 책에서 보고 공감을 일으키는 정도가 아니라 놀랄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저자가 남자라 남성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남성의 공감을 더 이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학계에서도 주목받았으며, 전 세계 5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팔린 것을 보면 '남자와 여자'에 대한 심리적 특성을 잘 풀어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학부 4학년 수업 때 이 책을 처음 알고서였다. 이 책, '화남금녀'를 처음 알려준 사람은 4학년 전공수업의 교수님이었는데, 2학년 전공 수업 때 다들 벌벌 떨며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이 말도 안 되게 상냥하셨으며, 수업내용 이외에도 신학, 철학, 과학 등 공학과 이어지는 역사적인, 정말 유익한 내용들도 수업해 주셨으며 어느 날은 '화남금녀'라는 책에 대한 얘기를 교수님의 아내분을 거론하시며 시작하셨다. 교수님은 안식년에 미뤄놓았던 일들을 하시면서 아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으셨고, 정말 그 책의 내용이 작동한다는 얘기를 여러 사건들을 예시를 들며 말해주셨을 땐, 책도 한 권 읽지 않는 나에게 독서라는 취미를 갖고 싶게 했고, (학부땐 놀기 바빴고, 대학원에선 정말 일과 연구로 바빠서 실천하지 못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야 내 취미 '독서'의 첫 도서가 '화남금녀'가 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고 일어난 내 감성은 '놀라움과 의심'이었다. 화남금녀, 이 책은 처음부터 남자와 여자를 다른 나라도 아닌 다른 행성의 사람들로 비유할 만큼 심리적 차이를 가졌다고 주장했고, 그 근거들을 써 내려갔다. 물론 저자가 심리학자로 매우 저명하긴 했으나, 다른 '행성'의 사람이라고 표현할 만큼 정말, 극명하게 다를까?라는 반감부터 갖게 했고, 구체적인 근거들을 제시했을 때도, (물론 남자 부분은 매우 공감하여 놀랐다.) 의심이 점점 커져갔다.


다른 두 행성인의 차이를 이 책에선 여러 가지 다루었지만 내가 가장 신기해했던 차이는 '어려움, 문제 해결'에 대한 차이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어려움, 문제에 직면했을 때의 태도인 것 같다. 먼저, 남자는 '수리공'으로 누군가의 문제, 어려움에 대해 직접적인 분석과 해결책들을 늘어놓는다고 했다. 사실 이 부분에선 놀라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남자(화성인)의 특성이 아닌 "그냥 사람의 특성이 아닌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자(금성인)가 문제, 어려움을 만났을 때, '분석, 해결이 아닌 공감과 위로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위로'만' 있으면 된다고?" 번역이 잘못되었는지,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려고 해도, 금성인들은 정말 공감과 위로'만' 있으면 되었고, 분석과 해결은 당사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본인의 것이든, 어느 누군가의 것이든.


나는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주변 금성인들에게 물었다. 정말 그렇냐고. 돌아오는 답변은 너무도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렇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수리공'으로서의 생각이 인류 전체의 생각으로 판단했던 것처럼 금성인들도 그들의 특성이 전체의 특성이라고 어느 정도 판단하고 있었다. 정말 충격적이었지만, 정말 이해가 끝까지, 지금도 되지 않는다.(저자는 이러한 특성 차이들을 근본적인 생물학적, 유전적 측면에서도 분석하려 했다. 그래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아닐까?)


이 책을 시작으로 영향을 받았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와의 갈등이나 차이가 생긴다면 "나와 다른 사람이니 당연히 다를 수 있다."라는 생각을 머리에 자주 띄우다 보니 이해가 쉽게 되었고, 감정에서 벗어나 훨씬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그 갈등과 차이도 쉽게 해소가 되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되니 더욱더 요즘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이것도 물론 이면에선 단점이 있고, 치명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도 있지."가 생각이 많아 고통스러운 나에게 적어도 사람관계에 있어서는 생각을 줄여주고 편안함을 주어 너무 좋은 감성을 일으키는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