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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당 개 n년 차 Jan 01. 2024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3. 교수님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듣고 일어난 감성

다시 돌아와서 파리다. 파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에펠탑'이었다.(지금은 '오르세 미술관'이다. 가지 않았던 것이 너무 후회된다..)


감성을 마구 일으키는 거리들을 빠져나와 에펠탑 근처로 걸었고, 에펠탑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는데, 가운데 뭔가 이상했다. 축구공(?)이 떠 있었다. 유럽인들의 축제, 16년도 UEFA EURO(유럽축구 월드컵이라 생각하면 된다.)가 당시 프랑스에서 개최되었고, 기념하여 대회 기간 동안 달려있었다고 한다. 대회가 열리는 저녁 시간대엔 에펠탑 근처에 대형스크린을 통해 모여 관람할 수 있었다고 한다.(숙소에서 친해진 한국인의 얘기를 듣고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유람선을 타며 구경했는데, 저녁엔 사진처럼 조명을 예쁘게 밝혀주며, 그날 경기의 승리 국가의 국기색으로 조명을 밝힌다.(사진을 찍은 날은 포르투갈이 이겼었다.)


에펠탑의 변신, 축구공이 안쪽에 들어가거나 조명쇼(?)에 활용된다거나 처음엔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곱씹을수록 과감한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1889년부터 무려 130년이 넘은 건축물에, 세계문화유산하면 고이 간직하고 모셔야 할 것만 같은데, 기념일에 맞추어 조형물도 설치하고 평소 활용을 아끼지 않는 것이 예술, 창작의 나라 프랑스에서 정부며, 국제기관이며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매 활용 순간순간 마음을 모아 실행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파리도 꼭 다시 가고 싶은 도시이다.. 다시 갈 때는 꼭 오르세 미술관도 갈 것이다..




4학년 전공수업에서의 감성은 또 일어났다. 화남금녀 교수님(#2에서 등장!)은 언급했듯이 수업내용은 매우 빠르게 넘어가며(학위를 받으신 분야라 귀에는 쏙쏙 들어왔다.) 역사, 철학, 인문학 등등 4년 동안 역학만 보고 달려온 기계과 학생들에겐 아주 흥미 있는 지식들을 쏟아내셨다. 물론 중간중간 잔소리(?)도 자주 해 주셨다. 다만 4학년 학부생들, 졸업과 취업준비를 앞두고(나는 노예생활.. 아니, 대학원생활을 앞두었다.) 있는 학생들에 하시는 잔소리라 그랬는지 정말 진심과, 따뜻함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이었다. 2학년 수업 때 본 화남금녀 교수님은 학생들의 흐트러짐을 보시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나무라셨다.(그래서 무서웠다. 선배들의 추천을 받고 4학년 전공수업을 수강신청 할 때도 의심 반, 걱정 반이었다.)


분명히 여러 따뜻한 말들을 해 주셨는데, 기억나는 건 한 가지였다. '상대에게 감동을 주는 법'. 아직 누군가와 회사(대학 연구실)에서 일을  해보기 전인 학생들에게 소위 '꿀팁'을 전수해 주신다며 말씀을 시작하셨다. 교수님께서 말씀을 시작하실 때의 내 감성은 '앞으로 갈 대학 연구실에서 교수님, 선배들에게 이쁨 받을 수 있다는 기쁨'이었던 것 같다.


상대에게 감동을 먹이는 '잽'과 '훅'을 알려주셨다. 먼저, 으로 일하는 좋은 방식을 말해주셨다. 상사 혹은 지도교수의 업무 지시가 있고 나서, 지시에 따라 일을 할 때, 매번 잘되면 좋겠지만 안 되는 경우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때의 기본적인 처리 방법인데, 지시에 따라 일이 안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대로 표현(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 혹은 해결까지 하면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이 '잽'을 듣고 당시엔 사실 별 감성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대학원에서 정말 딱 일이 잘 되지 않는 순간에 거기서 생각이 멈춰 그대로 보고하고 매번 지도교수님께 깨졌다. 졸업을 하고 정말 혼자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려고 하니 막힘이 있을 때,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해결하려 아등바등하며 조금씩 생각하는 힘을 길러가는 것 같다. 나는 정말 사업을 했어야 했나 보다..


당시엔 화남금녀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에 많은 감성이 일어났었다. 일을 같이하는 상대(주로 상사나 지도교수가 될 것이다.)와 여러 시간을 보내면서 그를 파악하게 될 것이다.(오랜 시간이 지나면 애를 쓰지 않아도 파악하게 될 것이다.) 그랬을 때, 파악된 객관적인 상대의 업무 평가 기준이 있을 것이다. 딱 그 기준보다 조금만 더 일을 해서 상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겐 주관이 존재할 것이고, 이 '훅'이 상대에게 '주관적인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경험이 없었기에 실질적으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아주 일리 있는 '주관적 감동 주는 법' 논리에 '내가 앞으로 갈 대학 연구실에서 이쁨 받을 훅'을 얻은 기분이었다. 물론 2년 동안 기준을 살짝 넘길 훅은 고사하고 "절반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쩔쩔맸던 기억이 전부다.. 그날 화남금녀 교수님의 '감동 주는 법' 이론 강의에 다들 수업이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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