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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당 개 n년 차 Jan 07. 2024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4. 지도교수님의 마지막 가르침에서 온 감성

평소에 국내에서도 번화가나 넓은 공간에서 버스킹, 즉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속에서 끓어오는 것이 있다. 뛰어난 실력과 엄청난 관중, 좋은 음향 장비를 갖춘 환경은 아니지만 열정이 전달된다고 해야 할까?


그날은 파리에서 며칠째인 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도로 내려가 플랫폼을 향하는 데 바이올린을 켜려는 버스커가 있었다. 흐뭇한 표정으로(내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느낌이 흐뭇했으니 표정도 그러했을 것이다.) 잠시 멈춰서 연주를 기다렸고, 곧 연주가 시작되었는데,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잘하는 바이올린 연주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건 분명 수준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너무 잘했고, 앞서 말한 내가 갖고 있는 버스킹의 느낌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하철을 몇 번은 놓쳤을 시간 동안이나 연주를 듣고 서 있었고, 그날 여행하는 동안 계속 머릿속, 마음속에 연주가 남아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숙소로 돌아가(파리에선 내내 한인민박에 있었는데, 저녁마다 먹을 수 있었던 사장님의 한식은 우리의 저녁여행을 방해했다.) 숙소에서 친해진 사람들에게 엄청났던 연주를 얘기했더니 프랑스에선 버스킹도 경시청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심지어 실력도 뛰어나야 허가가 된다는 카더라도 함께 들었지만, 머릿속엔 '프랑스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감성이 일어나고 있었다. 프랑스 하면 예술의 도시라고 누구나 인정을 하는 뒤엔 프랑스의 그만큼의 투자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으로 예술에 대한 진심, 자긍심이 앞서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존경심을 갖게 했다.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다음에 파리에 또 간다면 오르세미술관은 꼭 갈 것이다..




2019년도부터 대학 연구실에 있으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연구·일을 하면서, 특히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아주 많은 감성들이 일어났는데 (연구실에서의, 지도교수님으로부터의 마지막 일어난 감성이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고 있는 지도교수님의 말씀에서 온 감성을 적어보려 한다.


대학원에서 물론 해외 저널에 논문도 실어보고, 여러 성과도 내보고 나름 잘했지만 내 것이 온전히 아닌 느낌에 창업을 하고 싶었다. 때문에 도망치듯 석사로 졸업하는 상황이었고, 졸업 논문 발표를 무사히 마치고 지도교수님과의 마지막 면담이었다. 교수님은 나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고, 나는 내가 대학원에 와서도 계속 약점으로 남아있던 영어공부를 하며 우선 조금 쉬겠다고 답했다. 교수님께선 아직 가르침이 부족하다는 뉘앙스로 입을 떼셨다.


"무슨 영어 공부니? 너 여기서 논문도 다 영어로 쓰고, 세미나도 영어로 하지 않았어?"

내가 감성이 일어난 부분은 이다음이었다.


"네가 처음 연구실을 와서 오자마자 세포실험하지 않았니?(기계공학 연구실이지만 응용분야가 생명공학 분야였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찾아가면서 세포실험하고 그걸로 논문도 썼잖니?"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세상 어디에도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끝마치고 연구든 일이든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단다. 나도 그렇고..

내가 신입생들을 받으면서, 너도 마찬가지고, 간혹 의욕이 넘쳐 뭐든지 준비해 올 기세로 묻는 친구들에게 해주는 말 혹시 기억하니? "열심히 하겠다는 열정?"이잖아."

이때, 나는 또 바보처럼 서서 혼자 감탄했다. 교수님은 이제야 웃으시며 그냥 푹 쉬다가 정말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다시 박사과정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내가 공동연구했던 텍사스의 대학으로 보내주신다고..(거기 있으면 살기 위해 영어를 할 것이라는 의중이 바로 이해가 됐다.)


정말 그렇게 마지막까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으로 대학에서 나와 '경영'을 정말 실행하며, 행동하며 배우고 경험하니 아주 조금씩이지만 빠르게 성과가 나면서 지금도 계속 쌓아가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게으름뱅이가 '실행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도 들어봤다.(이 말은 처음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요즘 들어 실행부터 해보는 이유가 이 말을 또 듣고 싶은 게 가장 큰 것 같다.)


적다 보니 처음 썼던 주제 '시작이 반이다.'와 매우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하지만, 좋은 말은 계속 반복하고 강조해야 한다. 첫 주제의 글에서도, 이번 글에서도 그렇고 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나와 같은 감성이었으면 좋겠다. 무언가 행동하기 전에 두려워서, 걱정돼서 많은 준비에 힘쓰고 있을 때, 그게 무엇이든 준비를 멈추고 가볍게 행동해 보라. 두렵고 걱정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어물거리면 백해무익한 법 -윌리엄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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