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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당 개 n년 차 Feb 05. 2024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8. 감정-분노를 떠올리며 일어나는 감성

 어릴 적 기억부터 거슬러 '모나리자'를 떠올리면 눈썹이 없는 여인을 그림 그림, 레오나르도 다빈치, 조용필(?) 정도가 떠오른다. 예술계에선 아주 의미가 깊고 큰 그림인 것은 맞다. 그림에 사용됐다는 '스푸마토 기법'이니, '대기원근법'이니 당시 그림에서 사용됐다는 것 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미술을 전혀 모르는 나조차도 너무나도 익숙하고 실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지나칠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같이 여행을 간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같이 놀러 간 친구들 중엔 모나리자가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지도 몰랐던 친구도 있었다. 그 정도로 우린 모두 미술에 대해 무지했지만 알고 싶은 의지는 강해서 루브르에 가기 전 날, 모나리자뿐 만 아닌 박물관에 있는 또 다른 작품들, 그리고 그것들의 역사들을 찾아보고 가서 감상할 작품들을 추렸다.(루브르 박물관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하루 만에 다 볼 수 없다고 하여) 생각보다 박물관은 넓었고, 기억에(사실 모나리자와 무지막지 한 사이즈의 그림(?)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약 2시간 동안 전부 못 보고 나왔다. 사실 처음 1시간은 모나리자가 어디에 있는지 찾느라 헤맸던 것 같다. 결국 모나리자를 찾아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찬찬히 감상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특별한 감성은 일어나지 않았다. 생각 보다 그림이 너무 작아 보였고, 모나리자 앞의 수많은 사람들이 감상을 위해 왔다기보단 관광명소에 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느낌만 들었다. 그때의 느낌을 감성을 정확히 정의할 순 없었지만 그들처럼 모나리자 앞에서 사진을 같이 찍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고, '모나리자와 많은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남기고 싶었고, 사진을 찍어놓았다.


 이 글에 쓰고 싶은 감성은 여행을 다녀온 이후의 일에서 온 감성이다. 여행 이후, 학교에서 같은 과의 동기와 유럽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모나리자 이야기가 나왔는데, 동기가 "미술 전공자들이 모나리자를 보면 정말 그 앞에서 10분 동안은 감동받아 그냥 서 있는다고 하더라.. 너는 어땠어?" 나는 솔직하게 특별한 느낌은 받지 못했고, 잠깐만 보고 나왔다고 말해줬다. 나는 다른 한 편으로 스스로에게 놀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나도 당연히, 미술을 잘 모르고 관련이 없는 공부를 하지 않으며, 인터넷 조사 잠깐 했다고는 하지만 모나리자가 엄청나게 나에게 감동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나에게 놀랐었다. 이전의 글에서 '오르세 미술관'에 꼭 갈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루브르 박물관'도 다시 들르고 싶다. 꼭 들를 것이다. 전문가, 전공자, 예술인이 아닌 미술,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미술작품, 예술작품을 잘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노'라는 거창한 단어를 사용하면 무언가 가슴깊이부터 뜨거운 게 올라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이 아닌 '화'가 가볍게 나는 느낌을 말하고 싶다. 그러한 일들은 나에게도 종종 있다. 길거리에서나 아니면 내가 직접 운전을 하면서 보는 아주 난폭한 운전,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길거리에 버리는 행동, 나에게 직접 또는 누군가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 행동 등을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복수(?)를 해주는 상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대부분 참고 넘어간다. 설사 나에게 피해가 있다고 느껴져도 참는 것 같다. 참고 넘어가면 보통 하루는 참은 행동을 후회하며 그 상황이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문득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 상황을 돌이켜보면(대부분 까먹지만) 정말 나에게 피해를 주었던 일은 아니었고, 그에 맞는 복수(?)를, 대응을 해도 내가 소모한 시간과 감정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손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직관적이었던 '참기'를 근거들과 함께 구체적인 '참기'로 만들어가고 있는데, "정말 참아도 되는 걸까?", "잘 참는 법이 있을까?"라는 질문들이 나를 괴롭히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분노', '화'라는 감정에 대해 구체적인 가르침(?)을 받은 경험은 16년도 겨울이었다. 당시 삼성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중학생아이들과 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며 수학, 영어 수업을 하는 대외활동이 있었다.(나는 고등학생 시절 역학을 좋아했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도 흥미가 있어 '물리교육과'를 고민하기도 했었다.) 삼성의 대외활동을 참가하여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선생님'들을 먼저 교육하는 일정이 있었다. 그곳에서 간단한 교습법과 함께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교육받기 위해 들었던 교수님의 수업이 아주 인상 깊었다. '발달심리학'의 관점에서 중학생 아이들은 '파충류'정도의 심리상태를 갖고 있으며, (최근 읽은 심리학 책에서도 비슷한 이론을 봐서 너무 반가웠다.) 매우 '화'가 나는 상황이 많을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정말 많았다.) 그런 상황들에서의 솔루션을 알려주시겠다며 먼저 '분노'라는 감정의 특성을 알려주셨다. 인간의 감정들 중, 가장 짧은 감정은 '놀람', 그다음이 '분노'라고 가르쳐주셨다. 화가 정말 많이 나는 상황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라도 하고 오세요."라는 구체적인 솔루션도 제시해 주셨었다.(내가 담당하는 학생들에겐 이 방법을 쓸 일이 없었다.) 직관적으로 확 와닿은 교육은 아니었지만, 이론적으로 조금은 '분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서를 열심히 해보자."는 결심과 함께 처음 읽었던 심리학 책, '자존감 수업'에서도 '분노를 잘 다스리는 법'에 대해 읽을 수 있었고, 이 책을 통해서는 개인적으로 직관적인 감동을 주는 감성이 있었다.(주변에도 많이 추천하는 책이고, 나도 두 번 정도 읽었다. 실제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서 쓴 책이라 너무 유익하다.) 그 책에선 마찬가지로 '분노'는 매우 짧은 감정이라고 했으며,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에 바로 드는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을 경계하라 했다. 16년의 대외활동의 가르침과 비슷한 맥락으로 시간을 두고 해당 상황을 지켜보고 추가로 이후에 꼭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라고 당부했다. 나는 '이후의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에서 직관적인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참기'에서 끝내지 말고 건강하게 꼭 판단해서 행동하라는 해결책이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아직 감정을 빼고 그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렵지만,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며, 또 한 번 '그때의 가르침'과 '그 책'에 좋은 감성이 일어났다. 그때의 가르침은 다시 받을 수 없으니 그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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