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가을은 늘 서먹했다. 성긴 마음에는 늘 바람이 불었고 바람이 드나드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가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탓에 나는 매일이 투명해졌다.
그 탓에 울음을 참는 일이 자주 들통났다. 어깨의 능선은 갈참나무숲처럼 항상 스산했다.
돌올한 새벽마다 베개에는 비 소식이 들렸다.
그는 떠나면서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가을만은 챙겨가지 못했다.
그러나 사랑할 것이 없어진 사람의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지지 않았다.
/ 서덕준, 사랑할 것이 없어진 사람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