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덕준 Jun 04. 2024

과습

서덕준


그늘진 삶에는

남들이 모르는 나의 벼랑이 있지

작은 것들이 매일 무너지는 곳

파도가 치밀어 오르는 곳에

앉을 곳 없이 서성이는 내가 있지


해안선에 묻어둔 내 일기 너 혹시 봤니

사는 게 원래 이렇게 지긋하고 지치니

눈물에는 썰물이 없어서 늘 차오르기만 하는 곳

그래서 나는 늘 과습이며

죽어가는 화분에는 끝없이 하엽이 지고

수몰되는 우리 집


눈이 나빠서 매번 찡그려야만 선명했던 것들

사는 것도 마찬가지일 줄이야

선잠이 흐릿해질수록 선명해지는 악몽의 줄기


헛웃음 나는, 매일이 이명 같은,

듣기 싫은, 질긴 목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