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그늘진 삶에는
남들이 모르는 나의 벼랑이 있지
작은 것들이 매일 무너지는 곳
파도가 치밀어 오르는 곳에
앉을 곳 없이 서성이는 내가 있지
해안선에 묻어둔 내 일기 너 혹시 봤니
사는 게 원래 이렇게 지긋하고 지치니
눈물에는 썰물이 없어서 늘 차오르기만 하는 곳
그래서 나는 늘 과습이며
죽어가는 화분에는 끝없이 하엽이 지고
수몰되는 우리 집
눈이 나빠서 매번 찡그려야만 선명했던 것들
사는 것도 마찬가지일 줄이야
선잠이 흐릿해질수록 선명해지는 악몽의 줄기
헛웃음 나는, 매일이 이명 같은,
듣기 싫은, 질긴 목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