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한창 러닝을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가지고 있던 시계나 측정 기기들이 하나씩 오류를 내기 시작했다. 사실 러닝을 하기 전부터 시계에 관심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가민(Garmin)'이었고, 러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포러너 965와 265 모델을 알게 되었다. 이미 무충전식 지샥 시계를 만보계 용도로 샀던 터라, 더 이상의 지출은 무리였다. 하지만 결국 가지고 있던 기기들의 오작동으로 인해 큰맘 먹고 가민 265를 구매했다.
곧 계약 만료로 백수가 될 예정이고, 추가적인 지출도 예정되어 있어서 모든 지출이 스트레스였다. 그럼에도 이 시계를 산 건,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나를 억지로라도 걷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몸을 움직일 동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반년 가까이 바라던 물건. 예산을 정하고, 큰맘 먹고 금요일에 주문했다. 수요일 도착 예정이었지만 화요일 도착이라는 알림이 떴다. 기뻤다. 마침 회사에서도 월요일만 출근하고 화요일부터 재택 하라는 공지가 나왔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이밍이었다.
아침부터 눈을 뜨자마자 배송 상태를 수시로 새로고침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가민 측에서 내 집주소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채 발송해 버린 것이었다. 지역까지만 적힌 택배는 결국 집 근처까지만 오고 다시 돌아가버렸다. 실망과 화가 동시에 밀려왔다. 분명 청구 주소에는 정확하게 기입했는데, 왜 송장에는 누락이 되었는지.
곧장 택배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픽업 장소로 설정해 줄 수 있다고 했고, 하루가 걸린다고 했다. 기사님에게 직접 업데이트해 줄 수 없냐 물었지만 시스템상 불가하단다. 마침 기차역 무인 보관함이 집 근처에 있어 그쪽으로 재설정했다. 하루 더 기다리는 건 참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원래 배송 예정일인 수요일이 되었다.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또 같은 알림. '배송 실패.' 이번에는 분노가 치밀었다. 왜 이렇게 간단한 배송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지.
문제는 가민이 만들었지만, 해결은 택배회사가 해야 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보관함이 꽉 차서 배송이 안 된 거란다. 그렇다면 차선책을 마련해줘야 하지 않나? 아무 조치 없이 배송 실패 알림 하나로 끝인 이 시스템에 화가 났다.
다시 다른 장소로 지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또 하루가 걸린다고 했다. 결국 집으로 배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고객센터 상담사는 잘못이 없었다. 오히려 정중하게 응대해 줬다. 그럼에도 나는 화가 나서 예의는 있었지만 친절하게 대하기가 어려웠다. 미안한 마음에, 마지막엔 감사하다고 말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났다. 오늘, 드디어 집으로 배송이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배송이 되지 않았다. 결국 픽업 센터로 가서 택배를 픽업했다. 이건 단지 택배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주는 전반적으로 마음이 심란하다.
유튜브를 시작해 보려고 미니 마이크와 장비도 마련했다. 그런데 시작을 못하고 있다. 일단 시작해야만 다음을 알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 부담감을 넘기기가 어렵다. 어쩌면 그래서 시계를 더 기다렸던 건 아닐까. 무언가를 얻어서, 보상심리라도 채우고 싶은 마음.
직장생활에 지쳐 다른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초반 지출이 너무 크다. 돈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게 싫다. 없어도 스트레스, 많아도 걱정이라지만 차라리 너무 많아서 걱정하는 게 낫겠다 싶다. 정말 유럽 로또 1등에 당첨되고 싶다. 풍족하게 살아보고 싶다. 내 집도, 차도 갖고 싶다. 안정된 공간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 누구와 어디를 가든 불편하지 않은 삶.
왜 이렇게 하나하나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요즘 현실을 살아가는 게 벅차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너무 미미해서 마음이 자꾸 가라앉는다. 성장의 과정을 즐기고 싶은데, 해내는 기쁨을 느끼고 싶은데, 마음은 내 통장 잔고처럼 가난하기만 하다.
마음은 가난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일은 늘 있기 마련이다. 영어가 되고 집 가까이 픽업센터가 있고 불평을 마음껏 욕해도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괜찮다. 언제까지나 이런 불평 가득한 하루를 살지 않을 거란 다짐을 하며 평소에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자 나를 다독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