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은 심플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곧바로 냉장고로 간다. 냉장실 문에서 시원한 팩 1장을 꺼내 얼굴을 붙이고 침대로 다시 간다. 몸을 침대 가로로 누워 머리를 바닥으로 떨군다. 어깨와 팔을 바닥으로 함께 떨궈 몸을 쭈욱 늘린다. 밤새 굳어있는 몸이 깨어내는 시간이다.
10분쯤 스트레칭을 한 후 출근 준비를 한다. 출근했다가 퇴근하면 빠르면 저녁 7시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8시쯤 슬슬 동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한다. 폼롤러로 스트레칭을 먼저하고 근력운동을 한다. 유산소운동으로 마무리하지만 근력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보통 1주일에 3~4번 한다. 무리하지 않게 1시간만 하자고 항상 맘 먹지만 한번 가면 2시간은 금방이다. 샤워는 하지 않는다. 집에와서 씻는다. 달궈진 몸으로 헬스장 밖을 나서면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마음이 부풀어오른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운동 전과 운동 후 세상이 이렇게 달라보인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매일 저녁 운동을 하고 싶지만 월, 수요일은 비워 놓는다. 개인적으로 배우는 줌수업이 있기도 하고 좋아하는 마사지를 가기 위해서다. 줌수업이 없는 날이나 마사지가 갑자기 취소된 날에는 고민하지 않고 헬스장을 간다. 못다한 운동량을 채울 생각에 설레기까지 한다. 평일 저녁 약속은 가능하면 잡지 않는다. 꼭 참석해야 하는 부서 전체 회식만 참석한다. 저녁 만남은 술자리로 이어지고 2차, 3차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크다. 하루 저녁을 그렇게 보내고 나면 다음날 아침, 저녁까지 타격을 받는다. 만나고 싶은 지인과의 약속은 주말 브런치로 잡는다.
40대가 지나며 내가 해 온 일 중 가장 잘한 것을 꼽으라면 바로 헬스를 시작한 일이다. 운동을 습관으로 들인지는 10년이 넘었지만 요가 이외에 헬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4년쯤 됐다. 허리가 펴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금세 난 헬스에 빠져들었고 계속하다 보니 헬스장 가는게 습관이 되었다. 요가를 13년 동안 할 때도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어쩌면 운동이 아니라 안 할 수 없어서 살기 위해서 했던 스트레칭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헬스는 달랐다. 왜 그럴까? 대체 난 왜 근력운동을 접한 뒤로 달라진 걸까? 몇가지로 생각해 봤다.
첫째, 나와 결이 맞는 트레이너를 만났기 때문이다. 난 동네 헬스장에서 이명노 트레이너를 만났다. 어릴적부터 운동을 해서 그런지 몸과 운동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 덕분에 근력운동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고 수업 중간중간 해 주는 말들 때문에 내 몸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몸 속 근육을 알아간다는 것은 나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학생은 선생님을 잘 만나야 한다는데 회원도 트레이너를 잘 만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몸에 대한 공부 덕분이다. 요가를 할때는 몸의 동작에만 집중했다. 내가 지금하고 있는 동작이 어느 근육을 자극하는지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몸에 좋다는 것은 이것저것 먹다보니 영양제만 12개를 먹기도 했다. 알고 하는 운동이 아니다보니 재미보다는 시간때우기 운동에 가까웠다. 하지만 헬스는 달랐다. 내 몸을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하는 말도 다 알아듣고 싶었다. 근육 이름도 이야기하는 것 같고 머신 이름도 이야기하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했다. 호기심이 생겼다. <석가의 해부학 노트>라는 해부학 만화책을 추천해줘서 읽다가 자격증까지 따보고 싶어졌다. 1년에 1번밖에 없는 국가자격증이라니 필기, 실기, 연수 과정을 거치다보면 과정 자체가 공부가 되겠구나 싶었다.
셋째, 내 몸 변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난 허리통증으로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전전하다 헬스장을 찾았다. 허리가 펴지지 않아 세수하기도 힘든 상태였다. 1:1 PT로 시작했는데 트레이너는 허리통증의 원인은 복근 부족이라고 했다. '허리이니 뒤쪽 근력이 부족하겠구나'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허리 반대편 복근이라니... 마음에 콕하고 와 닿았다.
처음엔 스트레칭 같은 동작으로 시작했다. 이런 동작들로 과연 허리가 회복될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몇 달 지나지 않아 허리가 말짱해졌다. 마술 같았다. 이걸 계기로 난 더욱 운동에 빠져들었다. 허리가 단단해지기 시작하더니 체지방이 빠졌다. 몸이 탄탄해지니 몸매가 달라졌다. 몸무게는 크게 차이없었는데 바지 치수는 라지(L)에서 엠(M), 엠(M)에서 스몰(S)로 옮겨갔다. 처음에는 혼자 좋아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금방 알아봤다. "피부가 더 좋아졌어요. 활기가 넘쳐보여요. 요즘 무슨 좋은 일 있어요?" 등등... 내가 변화에 성공한 이유는 단순하다. 단기간에 내가 느끼고 신랑이 느끼고 주변 사람들이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자신감을 얻게 했다.
이 책은 지난 4년간 운동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바뀐 과정을 적은 일종의 보고서다. 헬스는 몸 공부를 스스로 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깨닫는 것도 많았다. 평생 못 만날것 같았던 등근육도 만났다. 키작고 허벅지는 굵다 생각했던 내 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해방되었다. 머리는 맑아지고 아이디어가 샘 솟아서 책도 쓰고 직장인 외 부캐도 몇 개 생겨났다.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건강해졌다. 몸에게 물었는데 마음이 답을 해준 기분이다.
어쩌다 헬스를 만나 4년째 헬스장을 못 떠나고 있냐고 묻는 지인들, 하루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24시간인데 어떻게 출퇴근하며 책도 읽고 운동도 하냐고 묻는 동료 후배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관련책 - 석가의 해부학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