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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by 서가앤필


나는 나름 자기 관리를 잘하는 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 관리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했던 행동들이 남들이 볼 때는 자기 관리로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 10년 이상 넘은 습관들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아침은 뭐라도 꼭 먹는다. 주로 고구마와 따뜻한 차를 마신다. 견과류를 거의 매일 먹는다. 1일 견과류가 없으면 아몬드 12개를 먹는다.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는다. 주로 계단을 이용하고 운동하고 나서 뭔가 아쉬울 땐 아파트 15층까지 걸어서 올라온다. 저녁은 최대한 간단하게 먹는다. 7시 이후엔 되도록이면 물 외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일주일에 3번은 운동을 하고 주말엔 가끔 등산을 간다. 티브이 볼 때는 눕지 않고 스트레칭 자세로 몸을 늘리며 서서 본다. 이런 덕분인지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다. 당뇨나 고지혈증은 당연히 없고 소화가 안 되거나 불편증 같은 것도 없다. 비타민C와 루테인 외에는 특별히 먹는 약도 없다.


하지만 40대로 접어들면서 무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요가를 10년 넘게 했지만 내 몸이 튼튼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퇴근 후 찌뿌둥한 몸을 스트레칭으로 늘려 이완시킨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바닥에 떨어진 연필을 줍다 허리를 삐끗했다. 그냥 연필을 주우려 허리를 숙인 거뿐이었는데 무언가 잘못되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로 허리를 굽혔다 펼 수 없었다. 허리를 굽혔다 펼 수 없으니 세면대에서 세수가 불가능했다. 출퇴근을 위해 아침저녁 하루 2번은 씻어야 하는데 허리를 굽힐 수가 없으니 너무 불편했다. 하루 일과 중 세수가 이렇게 중요한 일이었나 새삼 놀랐다.


허리 때문에 정형외과에 갔더니 사진을 찍어보자고 했다. 크게 다친 건 아니지만 근육이 놀란 것 같다고 했다. 물리치료와 견인치료를 병행해 보잔다. 한 달 넘게 정형외과를 다니며 충실하게 치료에 임했지만 나아지려면 한참 더 걸리겠구나 하는 기분만 들었다. 비싼 근육주사도 맞았지만 효과는 크게 없었다. 한의원으로 옮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원 냄새를 좋아하기도 했고 침 맞는 걸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신랑 지인이 허리가 아팠는데 용케도 나았다는 동네 한의원을 추천받았다. 정형외과에서 한의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갔다. 침을 맞고 물리치료도 병행했지만 한의원에서도 역시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허리 치료는 끝나더라도 내 몸이 튼튼해지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치료를 넘어 내 몸 스스로 튼튼해지는 방법이 필요했다.


며칠 후 직장 선배 언니를 만났다. 키도 나와 비슷하고 몸매도 나와 비슷한 선배였다. 다리는 짧고 허벅지는 굵고 허리는 일자 통허리 스타일이다. 그래서인지 옷도 여성스러운 옷보다는 남성스러운 보이시한 스타일이 어울리는 선배다. 여자 후배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배였는데 보이시하던 그 선배가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몸매를 하고 나타난거다. 몰라보게 몸이 달라져 있었다. 탄탄하고 슬림해서 예쁘면서도 건강해보였다. 아니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느냐며 어떻게 된 거냐고 이유를 물어봤다. 집 근처 헬스장에서 PT를 받는다고 했다. 1대 1로 운동을 알려주는 개인 트레이닝인데 자신도 이렇게 몸이 변할지는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 줬다.


"나도 처음엔 미쳤구나 싶었지. 1시간에 8만 원 트레이닝이라니... 연예인들이나 하는 과외구나 싶었어. 근데 자꾸만 살은 찌는데 혼자 이 방법 저 방법해도 도저히 혼자는 안 되겠다 싶었어. 10회 맛보기만 해 볼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게 장난 아냐. 효과가 내 몸으로 보이니까 그만둘 수가 있어야 말이지. 너한테나 내가 편하게 이야기하는 거지. 어디 가서 1시간에 8만 원짜리 개인 PT 받는다고 말도 못 하겠어. 근데 너도 함 해봐 봐.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어.단순한 운동이 아니야."


PT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고? 그 이후 한동안 동네 헬스장 간판만 쳐다보며 다녔다. 분명 어디선가 본 단어였는데 어디서 봤더라 싶었다. 집 근처 가까운 곳에 PT라고 쓰여 있는 헬스장을 우선 가 보기로 했다. 전화로 예약하고 퇴근 후에 방문했다. 처음 본 트레이너는 무언가 신뢰감이 느껴졌고 30분 테스트 수업 이후 30회를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헬스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한동안 새벽 5시 30분에 1시간 PT를 받고 출근을 했다.


3개월도 안 지났는데 몸이 몰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픈 허리가 나았을 뿐만 아니라 살도 빠지고 내 몸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근육도 보이기 시작했다. 몸무게는 막상 몇 킬로 안 줄었는데 몸이 탄탄해졌다. 흐물렁거리던 살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니 몸 사이즈가 달라졌다. 특히 허리 사이즈가 많이 줄었다. 언제 아픈 사람이었나 싶게 몸은 금방 건강한 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출근하는 기분은 온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남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운동을 하고 출근한다고 생각하니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아났다. 진정한 자신감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아픈 허리를 치료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 운동이야말로 무언가 내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종목을 찾은 건가 싶었다.


그동안 요가를 13년 동안이나 했지만 이런 느낌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보면... 요가는 남는 시간에 하는 기분으로 하다 말다 했다. 1:1로 선생님이 나를 지켜보는 수업이 아니다 보니 적당히 자세를 잡고 넘어가면 그걸로 끝이었다. 웬만큼 요가 자세를 잡는 나에게 선생님의 손길은 닿을 시간이 없었다.


헬스는 달랐다. 처음 해보는 근력 운동은 운동을 넘어 내 몸을 배우는 과외 시간이었다. 되는 대로 대충 시간을 때우는 운동이 아니라 근육과 동작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배워서 이해하니 운동이 재미있었다. 해보기 전에는 말도 안되게 비싸게 느껴지던 개인 트레이닝 비용이 싸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비용으로 이렇게 몸의 변화가 오다니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을 정도였다. 그동안 내가 내 몸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싶었다. 나의 운동 목적은 살 빼기가 아니었다. 남들이 다 하는 다이어트도 아니었다. 건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지금은 운동 그 자체가 좋다. 물론 퇴근하고 운동화로 갈아 신을 때까지의 과정은 여전히 버겁지만 오늘도 상상한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그 상쾌함을... 그날의 기분을 잊을 수 없어서 여전히 오늘도 헬스장으로 향한다.



*관련 책 - 마흔, 체력이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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