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 #11(D+361)
오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이 진리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나는 자꾸 미룬다. '다음에', '나중에', '언젠가'라는 말로 오늘을 흘려보낸다.
요 며칠, 나는 끊임없이 갈등했다. 친구 시모님의 조문을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픈 지인을 오늘 볼까, 다음 주에 볼까. 부산에서 서울까지,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가야 할까. 매번 두 마음이 내 안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피곤한 몸, 바쁜 일정, 먼 거리. 가지 않아도 될 이유는 늘 충분했다.
그런데 결국 시모상에는 갔다. 인간의 도리라는 말이 마음을 움직였다. 돌아오는 길, 마음이 편했다. 만약 가지 않았더라면, 친구는 얼마나 섭섭했을까. 그 섭섭함이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금을 냈을 것만 같았다.
병문안도 다음 주로 미루려다 오늘 갔다. 다행이었다. 다음 주면 퇴원이란다. 조금만 더 미뤘어도 기회는 사라질 뻔했다. 그 사람의 눈빛에서 고마움을 읽었을 때, 나는 알았다. 이것이 '때'라는 것을.
부산에서 서울까지, 친구 아들의 결혼식. 아직도 망설여진다. 거리가 멀다. 몸이 힘들다. 하지만 일생에 한 번뿐인 날이다. 내가 가지 않는다면, 그 빈자리가 친구의 마음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울까.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깨닫는다. 두 마음이 싸울 때, 이기는 쪽은 늘 '내일도 있을 거야'라고 속삭이는 쪽이다. 하지만 내일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오늘과 똑같은 내일은 없다. 오늘 하지 않은 일은 영영 못 할 수도 있고, 오늘 놓친 마음은 다시 전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후회는 대부분 '하지 않은 것'에서 온다.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지만,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평생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로 남는다.
오늘, 나는 다짐한다. 사는 동안 인간의 도리는 하면서 살자고. 번거로워도, 피곤해도, 멀어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에 함께하는 것. 그것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오늘은 선물이다. 다시 오지 않는, 귀한 선물. 이 선물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 선택이 곧 내 인생이 된다.
필사로 내면 다지기 오픈 톡방에서 함께 내면을 다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