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 빌딩을 방문했다. 손님을 안내하는 일이 내 일상이지만, 색다른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손님과 함께 회의실을 나섰다. 우리가 입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뒤따라오던 동원산업 직원이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 갔다. 그리고는 먼저 도착해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평소 손님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편이라 나름 서비스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 광경을 보는 순간, 내가 아직 한참 부족하더는 걸 깨달았다.
사무실 입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들어서자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형식적인 고개 끄덕임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환대하는 마음이 그들의 몸짓에서 느껴졌다. 나는 그 순간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받았다. 그리고 그 느낌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동원산업. 동쪽에 원을 세운다는 뜻이란다. 대표이사가 직접 지은 사명이라고 들었다. 그 철학이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태도에서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말이 아닌 태도에 묻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브리핑을 하던 중 자연스럽게 은산 빌딩 이야기가 나왔다. 손님이 현재 그곳에 입주 중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건물 관리가 정말 깨끗하다고, 만족도가 최상이라고 했다. 청소하시는 이모님들이 상주하면서 수시로 화장실을 닦고, 심지어 각 사무실 바닥까지 청소해 준다고 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은산 빌딩 회장님이 매일 아침 건물을 순회한다는 것이다.
"회장님이 직접 그렇게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동원산업 직원분이 놀라며 답했다. 그러자 손님이 최상의 만족도에서 옮겨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직원들이 너무 덥다고 해서 에어컨을 추가로 설치하려 했단다. 그런데 건물 전압이 약해서 설치가 불가능했고, 어쩔 수 없이 이전할 사무실을 찾고 있다고 했다.
나는 최근 이병철 회장의 호암 어록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분이 강조한 것도 결국 단정한 옷차림과 청결, 정리였다. 사소해 보이는 것들. 하지만 그 사소함이 모여 한 사람의, 한 회사의 품격을 만든다.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고 한다. 외모, 옷차림, 표정. 그런 것들로 우리는 순식간에 누군가를 판단한다. 하지만 태도는 다르다. 태도는 3초로 끝나지 않는다. 태도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 품어온 가치관, 대하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울이다.
동원산업 직원이 뛰어가 문을 열어준 모습에서 회사의 경영가치관을 알 수 있었다. 은산 빌딩 회장님이 매일 아침 건물을 순찰하는 그 발걸음에서 입주자들을 대하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태도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 안내한다. 내가 전하는 건 단순히 공간이 아니다. 신뢰이고, 존중이고, 태도다.
누군가는 묻는다. 차별화가 뭐냐고. 나는 이제 안다. 차별화는 화려한 인테리어도, 저렴한 가격도 아니다. 상대방이 '대접받는다'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정중하게 대접하려 한다. 손님이든, 임대인이든, 청소하시는 분이든. 나의 태도가 곧 나의 브랜드다. 우리 사무실의 품격이고, 나라는 사람의 가치다.
동원산업과 은산 빌딩의 기업 마인드가 태도에 그대로 묻어남을 배웠다. 진짜 프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승부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이름이 바로 '태도'라는 것을.
글로만 배운 태도를 삶에서 배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