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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것과 단정한 것

by 서강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안내를 하며 여러 손님을 만났다.

그중 세 분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옷차림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두 분은 한눈에 들어오는 스타일이었다. 화사한 색감에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할 만큼 멋진 액세서리까지. 한 분은 매물 상담만 했다. 다른 한 분은 집까지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발바닥에 이상한 느낌이 전해졌다. 바닥을 얼마나 안 닦았는지 양말에 먼지가 찍찍 올라붙었다. 청결과는 거리가 먼 공간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나마 물건은 제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머지 한 분은 달랐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깔끔했다. 군더더기 없는 셔츠에 잘 다려진 바지. 그분 댁은 모델하우스 같았다. 물건 하나하나가 제자리에 있었다. 먼지 한 점 없는 창틀, 반듯하게 정돈된 책장. 맨발로 걸어도 될 만큼 깨끗한 바닥.


문득 깨달았다. 이쁜 것과 단정한 것은 다르다는 걸.


거울을 들여다봤다. 내 옷장도 열어봤다. 나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 이쁘게 포장하는 쪽인가, 단정하게 차려입는 쪽인가. 이쁜 포장은 겉만 그럴듯하다. 삶과 따로 논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 살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반면 단정함은 안팎이 하나다. 겉과 속이 같다. 입은 옷이 곧 사는 모습이다.


신기하게도 화려하게 꾸민 사람일수록 집은 어지럽다. 대개 그렇다. 에너지가 겉으로만 쏠린 탓이리라. 하지만 단정하게 입는 사람은 집도 단정하다. 마음을 쓰는 방향이 다른 까닭이다.


옷차림 하나로 삶 전체를 엿볼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러니 아침에 무얼 입을지 고민할 때, 나는 이제 다르게 묻게 될 것 같다.


'오늘 나는 어떤 하루를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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