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저녁 공기는 늘 비슷한 냄새를 품는다. 차가운 바람 속에 불빛이 먼저 반짝이고, 사람들 표정이 조금 느슨해진다. 작년 이맘때 나는 친구들과 웃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늘 먹던 음식이 있었고, 대화도 익숙했다. 그날을 특별하게 기억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해 크리스마스이브는 달랐다. 뜻하지 않게 막내의 남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첫 대면 인사는 잠깐 나누었고,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막내는 욕심이 많다. 남자친구와도 있고 싶고, 엄마와도 있고 싶었다면서 다소 어색할 수도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일타쌍피랄까.
나는 괜찮다. 다만 남자친구가 불편하지 않을지 마음이 쓰인다. 괜한 눈치가 테이블 위를 떠다닐까 걱정이다. 막내 남자 친구가 케이크를 준비해 왔다. 예쁘게 포장된 상자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집에서 작은 파티가 시작됐다. 촛불을 켜고, 음식을 나누고, 웃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막내는 두 사람 사이에서 행복해 보인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얼굴이다.
오늘 아침 5년 다이어리를 펼쳤다. 같은 날짜에 쌓인 다른 해 하루가 나란히 나타난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과 보냄." 짧고 담백한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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