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구 딸의 결혼식이 있었다. 예식장 안팎으로 웃음꽃이 피어나고, 혼주인 친구는 바쁘게 손님들 사이를 오가며 그렇게 한 하루를 보냈다.
저녁 무렵, 멀리서 온 동창들이 자연스레 우리 집으로 모여들었다. 신년회를 겸해서 오랜만에 얼굴을 보자는 핑계도 있었다. 사실 결혼식이 있으면 혼주가 방을 잡아주는 게 예의이고 관례지만, 나는 그 비용을 덜어주고 싶었다. 친구의 경사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신년회도 겸하는 자리다 보니 자연스레 1박을 하게 됐다. 집들이도 아닌데 말이다.
이번엔 달랐다. 내가 기꺼이 마음을 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하고 싶어서 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대접해주고 싶었다. 이불은 폭신한 걸로, 수건은 새것으로, 아침 식사는 뭘 해줄까 궁리하는 내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밤새 우리는 웃고 떠들었다. 옛날이야기를 꺼내고, 지금의 근황을 나누고, 별것 아닌 농담에도 배를 잡고 웃었다. 친구들이 편하게 있는 모습을, 나는 부엌에서 과일을 깎으며 슬쩍슬쩍 훔쳐봤다. 그게 좋았다.
다음날 아침, 톳밥과 톳나물 탕국을 만들어 아침을 먹고 점심은 나가서 먹었다. 친구들 모두 배웅하고 집에 오니 저녁 7시가 넘었다. 눈꺼풀은 내려앉으려고 했지만 마음은 기뻤다. 집 안을 정리하면서 깨달았다.
아, 이게 '기쁜 마음을 내어한다는 것'이구나.
내가 뭘 해줬다는 생색도 내지 않고, 상대가 뭘 안 해줬다는 섭섭함도 없이, 그저 기쁘게 내어줄 수 있는 마음. 그게 있으면 베푸는 쪽이 오히려 더 행복한 거였다.
친구들은 연신 집을 내주는 게 쉽지가 않은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사실은 막내 공주가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집을 비워준 덕분이다. 엄마를 위해 마음을 내어준 막내가 더 고맙다.
베풂이 손해처럼 느껴질 때는 억지로 하는 것이고, 베풂이 기쁨으로 느껴질 때는 마음이 준비된 것이다. 나는 그 차이를 이번에야 알았다.
친구들이 편하게 쉬어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내 마음이, 사실은 그들이 준 선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내 집에서 편히 쉬었지만, 나는 그들 덕분에 '기쁜 마음을 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연습을 했다.
어쩌면 나이 든다는 건, 이렇게 조금씩 마음의 근육이 생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주는 게 아깝지 않고, 받는 게 미안하지 않고, 그저 서로가 서로에게 기쁜 일이 되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 그게 어쩌면 우정의 완성이 아닐까.
친구들아, 또 놀러 와. 이번엔 정말 집들이를 해야겠다.